연중 제30주간 수요일
(에페6.1-9.루카13.22-30)
< 구원의 문은 좁습니다. 몸집을 줄이십시오! >
어르신들을 떠나보낼 때마다 드는 한 가지 생각이 있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 어찌 저리 큰 질병과 노화, 임종의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결코 그냥 데려가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를 작게 아주 작게 만드십니다. 알량한 자존심이며, 마지막 남아있는 수치심까지 다 제거하신 후, 마치 갓난아기처럼 만드신 후에 데려가신다는 것입니다.
마침내 제 생각은 구원에 이르는 문이 좁기 때문에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가급적 작게 만드신 후 데려가시는가, 하는 생각에 도달합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 앞에는 수많은 문들이 오라고 손짓합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멸망에 이르는 죽음의 문들이 보이는 특징은 화려함이요, 휘황찬란함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엄청 그럴 듯 해 보이고, 있어 보입니다. 요란스럽고 재미있어 보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 들어가다 보면, 이미 깊은 수렁 속으로 깊이 빠져 들어가 되돌아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언제나 눈에 불을 켜고, 늘 깨어 기도하면서 유심히 살펴봐야겠습니다. 어떤 문이 우리를 구원과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인가? 어떤 문이 우리를 심연을 알 수 없는 깊은 죽음의 수렁 속으로 빠트리는 문인가?
좁은 문을 선택한다는 것, 그리로 들어가려고 노력한다는 것, 사실 말이 쉽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넓은 문 쪽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세상의 것들은 그 빛깔이 얼마나 고운지 모릅니다. 얼마나 우리들의 시선을 끄는지 모릅니다.
‘좁은 문’, 참으로 큰 희생을 요구하는 문입니다. 큰 인내를 요구하는 문입니다. 큰 포기를 요구하는 문입니다. 큰 사랑을 요구하는 문입니다. 큰 대가를 요구하는 문입니다.
그러나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주어질 하느님의 상급은 우리의 상상을 훨씬 초월할 것입니다.
오늘 비록 우리가 아직 어려서, 아직 젊어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데 번번이 실패하곤 하지만, 기를 쓰고 노력하고 또 노력하던 어느 날, 하느님의 은총에 힘입어 우리 모두 가뿐히 좁은 문을 통과하리라 믿습니다.
구원의 문은 좁습니다. 몸집을 줄이십시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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