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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한국교회

가톨릭·유다교·이슬람 모인 ‘아브라함 가족의 집’

  • 가톨릭·유다교·이슬람 모인 ‘아브라함 가족의 집’

‘아브라함 가족의 집’ 조감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기념비적인 ‘아브라함 가족의 집’이 들어섰다.

샤디야트 섬에 세워진 아브라함 가족의 집은 3개 동(棟)으로 이뤄진 독특한 건축물이다. 왼쪽 건물은 이슬람교의 모스크, 중앙은 그리스도교의 교회, 오른쪽은 유다교 회당 시나고그다. 3개 동의 높이와 면적은 똑같다.

이 집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아흐메드 알타예브 대이맘(이슬람 최고 지도자)이 2019년 아부다비에서 만나 공동 서명한 「세계 평화와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한 인간의 형제애에 관한 선언」(이하 「인간의 형제애」)의 결과물이다.

두 지도자는 이 선언을 통해 갈등과 반목을 청산하고, 인류의 평화와 형제애 증진을 위해 함께 걸어가자고 약속했다. 특히 “종교는 결코 전쟁을 선동하지 않으며, 증오와 적대감을 부추기지 않는다”며 종교의 탈을 쓰고 자행되는 폭력을 질타했다.

‘아부다비 선언’이라고도 불리는 이 선언은 두 종교 관계에서 역사적 이정표가 될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선언문에 서명하기 위해 역대 교황 가운데 최초로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했다. 이 집은 두 지도자의 만남에서 영감을 받아 건축이 시작됐다. 빈 자예드 아부다비 왕세자가 종교 간 화합 취지에 공감해 부지를 기꺼이 내줬다.

이집트 콥틱 가톨릭 소속인 요나스 가디 몬시뇰은 “아브라함 가족의 집은 꿈의 실현이자 「인간의 형제애」 선언의 첫 결실”이라고 밝혔다.

3개 동 가운데 그리스도교 건축물은 ‘성 프란치스코 교회’라고 명명됐다. 가깝게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부다비 방문, 멀게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1219년 이집트에 가서 술탄 알 카밀을 만나 종교 간 평화를 호소한 것을 기념하는 취지다. 성 프란치스코 교회는 가톨릭 성당으로 꾸며졌지만, 앞으로 모든 그리스도교 교파에 개방될 예정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