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보전 또 ‘빨간불’… 케이블카 설치 ‘조건부 동의’ 논란
4년 전 환경 지킨다던 환경부
올해는 입장 바꿔 ‘연내 착공’?
2019년 백지화됐다 재추진
난개발 신호탄 될까 ‘노심초사’
3월 3일 제3회 국립공원의날 행사가 열린 광주 무등산국립공원에 모인 시민들이 설악산을 파괴하는 결정을 한 한화진 환경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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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10일,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장이었던 강우일(베드로) 주교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공의 자연을 망가뜨리는 것은 우리 공동의 집을 스스로 허무는 것이며 인간과 하느님의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2015년 8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승인함에 따라 종교계와 환경단체가 환경파괴를 우려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계획된 사업은 남설악 오색지구인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와 해발 1480m 끝청을 잇는 3.5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은 양양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하며 케이블카 설치를 환영하고 나섰다. 반대편에 선 것은 시민·환경단체와 종교단체였다. 이들이 구성한 자연공원케이블카반대범국민대책위원회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예정지의 야생동물과 식생 등 생태 조사를 벌였고, 그 지역이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자 번식처임을 확인했다. 또한 수령 200년 이상의 보전가치가 높은 식생이 있는 아고산대라는 사실도 발표했다.
또한 케이블카가 설치될 지역이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등으로 ‘5중’으로 보호받던 설악산이라는 점에서 향후 국립공원 케이블카 추진 사업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강우일 주교도 당시 성명서를 통해 “가장 엄격하게 보호되어 온 설악산이 훼손되면, 전국의 명산들이 훼손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실제로 정부는 케이블카 사업을 시작으로 산지에서 각종 관광 개발을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종교단체가 힘을 모은 결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019년 9월 16일 “사업 시행 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고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아 부동의한다”고 밝혔다.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백지화된 것이다. 설악산의 훼손을 막고자 했던 시민들, 인간이 창조주 하느님을 만나는 성스러운 장소인 자연을 돌보고자 했던 신앙인들의 노력으로 설악산을 지켜낸 것이다.
어렵게 지켜낸 설악산이 다시 위기를 맞았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2월 27일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연내 착공을 서둘러 2026년 운영을 시작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성명서를 내고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그림(아우구스티노) 공동대표는 “2019년에 부동의한 사안을 지금은 괜찮다고 하는 환경부의 결정을 누가 동의할 수 있겠는가”라며 “전 국토의 4% 밖에 되지 않는 보호구역을 보전하지 못해 아이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없다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고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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