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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번뇌(煩惱)

번뇌(煩惱)

보고 싶은 만큼 나도 그러하다네

하지만 두 눈으로 보는 것만이 다는 아니라네

마음으로 보고 영혼으로 감응하는 것으로도

우리는 함께일 수 있다네

결국 있다는 것은 현실의 내 곁에

존재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이미 한 하늘

아래 저 달빛을 마주보며 함께 호흡을 하며

살고 있다네 마음 안에서는 늘 항상

함께라네 그리하여 이 밤에도

나는 한사람에게 글을 띄우네

그리움을 마주보며 함께 꿈꾸고 있기

때문이라네 두 눈으로 보고 싶다고

욕심을 가지지 마세 내 작은 소유욕으로

상대방이 힘들지 않게 그의 마음을 보살펴

주세

한 사람이 아닌 이 세상을 이 우주를

끌어안을 수 있는 넉넉함과 큰 믿음을

가지세 타인에게서 이 세상과 아름다운

우주를 얻으려 마세 내 안의 두 눈과

마음 문을 활짝 열고 내 안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내 우주를 들여다보세

그것이 두 눈에 보이는

저 하늘과 같다는 것을

이 우주와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걸세

그 안에 내 사랑하는 타인도 이미 존재하고

있음이 더 이상 가슴 아파할 것 없다네

내 안에 그가 살고 있음이 내 우주와 그

의 우주가 이미 하나이니 타인은

더 이상 타인이 아니라네 주어도

아낌이 없이 내게 주듯이 보답을 바라지

않는 선한 마음으로 어차피

어차피… 사랑하는 것조차,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애태우고 타인에게 건네는

정성까지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 아니던가

결국 내 의지에서 나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던가

가지려하면 더 더욱 가질 수 없고 내 안에서

찾으려 노력하면 갖게 되는 것을 마음에

새겨 놓게나 그대에게 관심이 없다 해도

내 사랑에 아무런 답변이 없다 해도

내 얼굴을 바라보기도 싫다 해도

그러다가 나를 잊었다 해도 차라리

나를 잊은 내안의 나를 그리워하세

- 법정 스님'누군가 너무나 그리워질 때'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