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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어미 수달의 사랑 >

< 어미 수달의 사랑 >

아래의 일화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해통 스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실화가 아니라 꾸민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아름다운 모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이야기입니다.

출가(집을 떠나 절에 들어가 수행자가 되는 것)하여 스님이 되기 전에 해통 스님은 남산 서쪽 기슭에 있는 마을인 은냇골 어귀에 살았습니다.

어느 날 그는 집 근처 시냇가에서 수달 한 마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참 운수가 좋군. 한동안 고기를 못 먹었는데 잘됐다." 그는 수달로 맛있는 요리를 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수달의 뼈를 집 마당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마당에 던져둔 수달의 뼈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 핏자국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핏자국은 어제 수달을 잡았던 그 근처까지 이어져 있었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수달의 집이었습니다.

"아, 아니! 이렇수가!" 그는 수달의 집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달의 뼈는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뼈는 다섯 마리의 어린 새끼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결국 그는 그 일로 인한 충격으로 속세를 등지고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죽은 어미의, 새끼를 그리는 마음이 얼마나 지극하고 간절했으면 죽어서 버려진 뼈가 살던 집으로 가서 새끼를 안고 있었겠습니까. 이것이 바로 위대한 모성애요, 영혼의 작용입니다.

육체는 얼마든지 죽일 수 있지만, 영혼은 그 무엇으로도 죽일 수 없습니다. 영혼은 불생불멸이기 때문이지요. 불생불멸이란 생겨나지도 않고 죽어 없어지지도 않는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몸은 신(神)이 거주하는 사원과 같은 것입니다. 사원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파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가슴은 파괴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중심에 신이, 혹은 불성(부처님의 성품)이 깃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는 목숨을 죽이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죽게 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남의 목숨을 끊는 것은 결과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는 일과 마찬가지입니다.

- 법정 스님의 참 좋은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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