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쉬며 목 축일 샘-法頂

< 분수 밖의 욕망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 >

< 분수 밖의 욕망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 >

오늘날 우리들은 어디를 가나

물질의 홍수에 떠밀리고 있다.

일반 가정이나 절간이나

별로 다르지 않다.

물건이 너무 흔하기 때문에

아낄 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

옛날 같으면

좀 깁거나 때우거나 고치면

말짱할 물건도

아낌없이 내다 버린다.

물건만 버리는 게 아니라

소중하게 아는 그 정신까지도

함께 버리고 있는 것이다.

너무 흔하니까 귀한 줄 모르지만,

아무리 물건이 흔한

세상일지라도 거기에 대응하는

마음가짐이 보다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것이다.

오늘 우리들은

또 남보다 많이

가지고 차지하려고만 하지

그런 과욕의 마음을

스스로 억제하거나

다스리려고 하지 않는다.

예전 사람들은,

즉 과거의 우리들은

조그만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귀하게 여기면서 넉넉한 줄을 알았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들은

많은 것을 차지하고서도

고마워할 줄도 귀하게 여길 줄도,

또한 넉넉한 줄도 모른다.

그저 늘 모자라 목이 마를 뿐이다.

좀 모자라고 아쉬운 것도 있어야

그것을 갖고자 하는

기대와 소망도 품게 되는 것이지,

그런 여백이 없으면

기대와 소망도 지닐 수 없다.

가령 어떤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이 다음에 형편이 풀리면

저걸 우리 집에 들여놓으리라,

이런 생각만으로도

표정 없이 굳어지기 쉬운

일상에 어떤 탄력을 가져올 수 있다.

허나 막상 구해다

가까이 두게 되면

며칠은 좋고 편리하고 흐뭇하지만

이내 시들해져서

'관리인' 노릇을 해줘야 한다.

적게 가질수록

마음이 덜 흩어진다.

그리고 적게 가질수록

귀하고 소중한 줄을 알게 된다.

귀하고 소중한 줄

모르는 사람은 알맹이 없는

빈 꺼풀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욕망이란 한이 없다.

분수 밖의 욕망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

-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롭게>에서..

'쉬며 목 축일 샘-法頂'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간이라는 고독한 존재 >  (0) 2023.04.11
< 깨달음의 길 >  (0) 2023.04.06
< 어미 수달의 사랑 >  (0) 2023.04.03
< 행복이라는 것 >  (0) 2023.04.01
< 맑은 가난은 고귀한 것 >  (0) 2023.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