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성인 대축일
(묵시7.2-4.9-14.요한1서3.1-3.마태5.1-12ㄴ)
성인(聖人)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오늘 모든 성인의 대축일을 맞아, 마태오 복음사가는 이 땅 위에서나, 하느님 나라에서나 참 행복을 얻기 위해서, 다시 말해서 성인(聖人)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인 삶을 살아야 함을 가르칩니다.
예수님께서 제시하시는 참된 행복에 이르는 길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역설적(逆說的)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말하지요. 재산의 유무야말로 행복의 척도다, 슬픔이 없는 삶, 피눈물 흘리지 않는 삶, 고통이 없는 삶, 굴곡이 없는 삶, 안정되고 평화로운 삶이 최고라고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주변에 둘러서 있던 바리사이들, 사두가이들, 율법학자들은 속으로 비웃었을 것입니다. 자기들끼리 눈짓을 하며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몸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여러 가지 이유로 피눈물 흘리고 애통해하던 사람들, 힘겹게 현실을 견뎌가던 사람들, 그래서 결국 겸손해진 사람들의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할 것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가난, 고통, 상처, 눈물이 무조건 좋은 것, 귀한 것,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성서는 모든 극단을 피합니다.
가난이, 고통이 소중하다고 가르치시는 이유는 가난이나 고통을 겪으면서 사람들은 대체로 겸손해지고, 하느님 두려워할 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자라고 해서 모두 나중에 불행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부자이면서도 덕스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겸손하게 가난한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바를 아낌없이 나누고 섬기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 겸손하고, 다 하느님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질투로 마음을 가득 채우고 하느님 두려운 줄 모르고 갖은 악행을 저지르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결국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박해를 받는 사람은 어떠한 처지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은 사람, 하느님의 일을 하는 사람, 하느님께 순종하는 사람입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고통이나 박해를 저주하지 않으며, 끝까지 인내하며,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상급 중에 가장 큰 상급인 ‘하늘나라’가 선물로 주어질 것입니다.
오늘 모든 성인 대축일을 맞아 저는 확신합니다. 성인이란 우리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별세계에서 살다간 유별난 사람이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우리보다 한 3분 정도 더 인내한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친절했던 사람, 우리보다 조금 더 사랑했던 사람들이 분명합니다.
우리보다 조금 더 따뜻함을 지녔던 사람들, 우리보다 조금 더 인간미를 풍겼던 사람들, 우리보다 조금 더 영적 생활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성인들이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한때 어둠이었지만 지금은 주님 안에 머무는 빛인 사람들, 이제는 어둠의 세력과 결연히 단절하고 떳떳하고 당당한 빛의 자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확실한 성인 후보자들입니다.
어렵고도 어려운 길이 성화의 길이지만, 어떻게 보면 조금도 어렵지 않은 길이 성화의 길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함을 통해서, 좀 더 기쁘게 살아감을 통해서, 조금만 더 기도함을 통해서, 조금만 더 양보하고 물러섬을 통해서 우리 역시 충분히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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