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牧者의 지팡이

"함께 꿈꾸는 사람들의 연대가 요지부동한 세상 변화시킨다"

"함께 꿈꾸는 사람들의 연대가 요지부동한 세상 변화시킨다"

강우일 주교 '기억하라..' 출간

강우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69·사진)은 교황(敎皇)을 교종(敎宗)이라 부른다. 교황이라는 말이 임금이나 황제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강 주교의 말과 글을 담은 책 < 기억하라 연대하라 > (삼인)가 출간됐다. 책의 1부는 지난해 5월 강 주교가 인권연대 초청으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했던 강연 내용이다. 2부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강 주교의 공적 활동을 중심으로 쓴 '강우일 약전(略傳)', 3부는 구제역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북한 문제 등에 대해 강 주교가 썼던 글을 모았다.

강 주교는 2002년 제주교구장으로 임명된 이후 제주 해군기지 건설, 4대강 공사, 밀양 송전탑 건설 등 국가가 공권력을 남용하는 사태에 맞서 한국 천주교회의 이름으로 올곧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지난 십년간의 그는) 마치 한창때의 김수환 추기경이나 문익환 목사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과 강 주교의 인연은 각별하다. 강 주교는 한 인터뷰에서 김 추기경이 자신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라고 회고한 적이 있다. 그는 사제서품을 받고 3년 뒤인 1977년 김 추기경의 비서로 일하기 시작해 김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직에서 은퇴했던 1998년까지 꼬박 21년을 보좌했다.

강 주교의 적극적인 현실 참여는 60세를 넘긴 나이에 시작됐다. 교회 안에서만 살다 58세부터 사회 참여를 시작한 '늦봄' 문익환 목사를 떠올리게 한다. 2002년 제주교구장이 된 것이 계기였다. 노무현 정부가 제주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밀어붙일 때 그는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당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부 고위층에 있는 분들이 (제주 4·3항쟁에 대한) 역사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그럴 수 없지요. 그런 제주 땅에다 군사기지를 만든다는 것은 너무나 무지한, 정말 몰지각한 그런 발상인 것 같아요."

강 주교는 국익 또는 국가안보라는 명분으로 자행돼온 국가 폭력의 실체를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들, 안보를 걱정한다는 사람들이 행하는 일들, 그들이 말하는 국가 정책이 국민의 동의나 공감대 속에서 집행되는 게 아니라 자기들만을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편향된 사고와 이념, 기득권을 위해 국가를 내거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가가 하는 일이라고 훼손할 수 없는 절대 가치로 받아들이는 것은 너무 소박한 생각이 아닐까요."

강 주교는 젊은이들에게 연대하라고 요청한다. "어떨 때 보면 세상은 요지부동이기만 한 것 같지만, 그래서 쉽게 바뀌지 않을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만약 세상이 바뀌는 변화가 있다면, 그것은 함께 생각하고, 함께 꿈꾸는 사람들이 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바로 연대입니다."

<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