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친구 >
친구사이의 만남에는
서로의 메아리를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상호간의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좋은 친구일 것이다.
만남에는
그리움이 따라야 한다.
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
이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건 만남이 아니라
한 때의 마주침이다.
그런 만남을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끝없이 가꾸고 다스려야 한다.
좋은 친구를 만나려면
먼저 나 자신이
좋은 친구감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란
내 부름에 대한
응답이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도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런 시구가 있다.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사람한테서 하늘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 하늘 냄새를
지닌 사람만이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혹시 이런 경험은 없는가.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 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따서
보내주고 싶은 그런 생각 말이다.
혹은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그 아름다움의 설레임을
친구에게 전해 주고 싶은
그런 경험은 없는가.
이런 마음을 지닌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영혼의 그림자처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친구일 것이다.
- 법정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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