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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목 축일 샘-法頂

<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

<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

엊그제 행복에 대한 책(프랑수아 를로르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한 권 읽었다. 지난여름 읽은 여러 책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기에, 이 자리에서 같이 음미하려고 한다. 실제로는 불행하지 않은데도 불행하다 여기는 환자들을 날마다 대해야 하는 한 프랑스 정신과 의사가 쓴 책이다.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드는가를 알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난 그의 이야기는 마치 <화엄경>의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찾아 구도의 길에 나섰던 것과 같다.

이 정신과 의사는 새로운 교훈을 얻을 때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수첩에 메모를 한다. 이렇게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난 덕에 그의 수첩에는 행복의 비결이 하나씩 기록되어 간다. 그 가운데 몇 가지 행복의 비결을 소개해 드리겠다.

행복의 첫째 비결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을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라. 각자 자기 몫의 삶이 있는데 남과 비교하니까 기가 죽고, 불행해지고, 시기심과 질투심이 생긴다. 어떤 개인이라도 그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독립된 존재이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다.

둘째,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사람은 행복해진다.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은 좋은 일이다. 개체를 뛰어넘어 전체와 연결될 수 있으면 좋은 일이다.

셋째,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채소밭을 갖고 흙을 가까이하며 살아 있는 생명을 가꾼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자신의 땅은 아니지만 공터에 채소를 가꾸는 사람이 더러 있다. 무척 좋은 일이다.

자기가 뿌린 씨앗에서 싹이 트고, 떡잎이 나와 펼쳐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주부들도 아파트 베란다에 상추나 쑥갓 등의 채소를 얼마든지 길러 먹을 수 있다. 그러면 늘 보살펴야 하니까 부지런해지고,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신비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닳아져 가는 우리 마음을 소생시키는 계기가 된다.

넷째, 행복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한 개인의 삶은 다른 사람에게 유용해야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사는 그런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 사람이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한몫을 하는 것이다.

다섯째,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같은 장미꽃을 바라볼 때 어떤 이는 '왜 이렇게 아름다운 장미에 가시가 돋아 있나', 하고 불만스럽게 생각할 수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가시에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달려 있네.' 하며 고맙게 여길 수도 있다.

여섯째,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나 자신만의 행복은 근원적으로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나눌 때 행복은 몇 배로 깊어지고 넓어진다.

그가 수첩에 적어 놓은 행복의 비결은 이 밖에도 더 있지만, 장황한 것 같아서 하나만 더 소개하겠다. 이 사람이 한번은 아프리카에서 친구의 초대를 받았다가 노상에서 강도를 만나 차를 빼앗긴다. 강도들은 의사 일행을 지하실에 가두고 어떻게 처리할까 옥신각신한다.그런데 강도들의 우두머리가 의사의 몸을 수색하다가 주머니에서 의사가 적은 쪽지를 보고 그를 풀어 준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우리는 늘 많은 시간 속에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놀라운 가능성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만난 노승은 그에게 말한다.

'진정한 행복은 먼훗날에 이를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행복을 찾아 항상 지나온 과거나 미래 쪽으로 달려간다. 지금 이 순간의 현장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이 순간을 회피하면 자기 존재가 사라진다. 늘 불확실한 미래 쪽으로 눈을 팔기 때문에,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 행복은 미래의 목표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이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로 선택한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 법정 스님 법문집< 일기일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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