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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길동무 얘기

윤석열 정부 1년, 문제는 대통령이다

윤석열 정부 1년, 문제는 대통령이다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밝은 표정이었다. 이례적으로 전용기 내 기자석을 찾아 ‘깜짝 인사’를 했다. 김건희 여사는 취재진과 ‘셀카’도 찍었다. 미국의 환대에 만족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가지도자가 우방국에서 적절한 예우를 받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현실을 망각해선 곤란하다. 돌아온 윤 대통령 앞엔 취임 1주년(10일) 성적표가 기다린다. 점수는 박하다. 1년간 한국갤럽이 매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봤다(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김민아 칼럼니스트

2022년 5월, 취임 사흘 후 공개된 첫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52%, 부정 37%였다. 지지율이 처음 변곡점을 맞은 것은 7월 첫 주. 윤 대통령의 나토 순방에 민간인인 이원모 인사비서관 부인이 동행한 사실이 드러난 직후다. 부정 평가가 49%로 긍정 평가(37%)를 앞질렀다. 첫 ‘데드 크로스’였다. 7월 4주, 지지율 30%선이 무너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의 휴대전화 사진이 일파만파를 일으킬 무렵이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당이) 달라졌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8월 첫 주 지지율은 24%까지 떨어지며 최저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박순애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한 직후다. 비판이 거세지자 대통령실에서 “국민 뜻을 거스를 순 없다”며 거둬들였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가 나온 사흘 후 박 장관은 경질됐다.

9월 미국을 방문 중이던 윤 대통령 입에서 비속어 논란(일명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시작됐다. 여권은 가장 먼저 보도한 MBC를 표적 삼았지만, 여론은 대통령 편이 아니었다. 9월 5주 조사에서 지지율은 다시 최저(24%)를 찍었다. 10월 1주 조사에서도 ‘부주의한 말실수로 논란 자초’(63%)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논란 유발’(25%)을 압도했다.

10월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 11월 2주 조사에서 70%가 정부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이유로 책임회피·꼬리 자르기·남 탓(20%), 늑장 대처(17%) 등을 들었다. 일차적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정부’(20%)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2023년 3월6일. 일제 강제동원 해법과 ‘주 69시간 노동’ 개편안이 나란히 발표됐다. 3월 2주 조사에서, 강제동원 해법에 대해 묻자 ‘일본 사과·배상 없어 반대’(59%)가 ‘한·일관계 위해 찬성’(35%)을 압도했다. 그다음 주 조사에는 노동시간 개편안이 포함됐다. 역시 반대(56%)가 찬성(36%)을 앞섰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하락세를 보였다.

외교의 계절, 4월이 왔다. 미국의 도청 의혹에 대통령실은 “악의적 정황은 없다”며 미국 편을 들었다. 4월 2주 지지율은 다시 20%대(27%)로 떨어졌다. 방미를 앞두고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한 윤 대통령은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조사(4월 4주)에서 부정 평가 이유는 단연 외교(38%)였다. 같은 조사에서 공개된 분야별 국정 평가에서도, 7개 영역 모두 ‘잘못하고 있다’가 많았다. 부정 평가 비율은 공직자 인사(63%)가 가장 높았다. 이어 경제(61%), 외교(60%), 대북 정책(51%), 복지(50%), 교육·부동산(각 47%) 순이었다.

한 해 동안의 여론 흐름을 톺아보니 윤석열 정권의 문제가 분명해진다. 정권의 최대 리스크는 김건희 여사도,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도 아니다. 윤 대통령 자신이다. ‘내부 총질’ 문자도, 취학연령 하향 지시도, 비속어 논란도, ‘일본 무릎’ 발언도 대통령에게서 비롯했다. 윤 대통령은 방미 결과로 다른 이슈들을 덮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겠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한·미 양국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두고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으나, 협의는 협의를 담보할 뿐이다. 성과를 담보할 순 없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장면이 다수 외신을 통해 반복 보도되고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홍보 노력은 눈물겹지만, 이제 ‘아메리칸 파이의 추억’은 잊어야 한다. 국민 열 명 중 여섯 명 이상이 경제·외교 정책을 부정 평가하고 있다. 비속어 논란도, 이태원 참사도 대통령과 정부 책임으로 여긴다. 환대는 환대일 뿐, 국민의 생명·안전(외교안보)이나 먹고사는 문제(경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 존 델러리 연세대 교수는 “한국 젊은이들은 ‘아메리칸 파이’ 가사는 몰라도 IRA는 안다”(뉴욕타임스 인터뷰)고 했다.

- 경향신문 김민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