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과 한국교회

곰곰이 생각하다

곰곰이 생각하다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루카 1장 29절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라는 말. 

들을 때 마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 다짐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바쁘지 않게 살 수 있을까요? 무엇이 있다면 혹은 무엇이 없다면 이 바쁨을 멈출 수 있을까요? 혹여 빠른 인터넷 때문일까요? 

가끔은 빠르게 돌고 있는 팽이들이 가득한 운동장 한가운데 혼자 멈춰 있는 느낌을 받고 누구보다 더 빨리 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저 자신을 만나기도 합니다. 

최근, 누군가의 부탁에, 누군가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고 움직이는 저 자신을 만났습니다.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까지 바쁘게 움직이도록 몰아붙이는 모습도 보았고요.

성급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려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금방 조리된다는 라면도 맛있게 먹으려면 뚜껑을 닫고 익힐 시간이 필요하지. 좀 더 생각하고 기다렸다 움직이는 것이 어떨까?”라고 평온하게 말하던 저는 사실 가장 성급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가장 최근에 행동을 멈추고 무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어떠한 문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나는 그것을 해결하려고만 했는가? 잠시 그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가?

(이미지 출처 = Flickr)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루카 2장 51절

 

성모님의 일생을 돌아보면 인간의 경험과 인지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마주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상황을 마주하시는 성모님의 모습에서 분주함을 발견하긴 힘듭니다. 

즉각적인 반응과 해결책을 찾기보다 그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하느님의 뜻을 기다리는 성모님의 모습은 하느님께 삶을 의탁하는 그리스도인의 모범이 되는 모습입니다. 

네, 저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저 자신에게도 어려운 일이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한번쯤은 경험해 보셨듯, 바람이 잦아들고 미동도 없는 침묵이 찾아와야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생전 처음 접하는 깨달음이 아닙니다. 주변의 분주함과 많은 소리에 잠시 가리워져 있었던 하느님의 진리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정치 상황이 혼란스럽습니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와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길어지는 전쟁 탓에 많은 부분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순간의 쾌락을 찾고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 누구의 실수, 누구의 욕심, 누구의 무관심에 대해 이야기하여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찾는 것은 시급합니다.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 마음에 담고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현상에 집중하지 말고 더 깊은 밑바닥에서 우리를 움직이고 있는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 경탄하올 어머니 >

당신은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함을 알려 주시는 동정녀이시고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 주시는 동정녀이십니다.

비오니 우리의 마음을 초월하게 하시고 우리를 이끌어 주시어,

보이지 않는 것에 시선을 둘 수 있게 도와 주소서.

보이지 않는 현존에, 보이지 않는 삶에, 보이지 않는 활동에,

보이지 않는 사랑에 마음을 두게 하소서.

이 모든 것들은 영원한 가치를 지닌 것들이요 믿음의 위대한 실재입니다.

분주하고 번거로운 일상을 살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들 안에서 빛나는 보석을 발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우리의 눈길을 끌고 우리를 유혹하는, 일상의 여러 부차적인 것들을 통해서도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감각을 또 가장 중요한 것에 대한 갈증을 우리에게 허락하소서. 아멘.

- Marie Therese de Lescure rscj

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http://www.catholicnews.co.kr)

 

- 이지현 성심수녀회 수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