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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

<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다" "가장 보잘것없는 형제에게 해주지 않는 것이 곧 나에게 해주지 않는 것이다."라는 성서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있어서 보잘것없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피상적으로 생각하면, 막연하게 가난하고 굶주리는 불쌍한 사람, 고통받는 사람, 소외된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그 뜻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이 누구인지를 모릅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릅니다.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해 사랑할 의무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러나 깊이 생각하면, 보잘것없는 형제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어느 가난한 사람, 굶주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내가 잘 아는 사람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알고, 일상 가까이 대하면서 마음으로 받아 주지 않고 소외시키는 사람, 말하기도 싫은 사람, 화해하기도 꺼려지는 사람, 그리고 나에게 잘못하면 용서해 줄 수도 없는 사람입니다.

즉, 집안 식구나 형제 중 누구일 수 있고, 이웃이나 직장 동료일 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내가 누구보다도 사랑해야 될 사람인데 사랑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마음에서 받아 주지 않는 사람이 없는지, 내게 보잘것없는 형제는 누구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화해할 일이 있으면 화해하고, 용서를 청할 일이 있으면 용서를 청하는 것입니다.

이웃사랑 실천이란 단순히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가난한 이를 돕고 여러 가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소외된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입니다. 가정에 있어서 부부관계, 부모자식 관계를 소홀히 하면서 밖에서 나가 좋은 일을 많이 한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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