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움에 대해 >
인간의 삶에 아름다움이 없으면
너무 삭막하고 건조합니다.
오늘 우리들은 돈과 관계된 것에만
눈을 파느라고,
경제 생각만 하느라고
삶의 가장 내밀한 영역인
아름다움을 등지고 삽니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삶의 기쁨이고
행복에 이르는 길목입니다.
아름다움을 만나지 못한다면,
우리들 삶이
아름다움으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행복은 아름다움이
그 삶을 받쳐 주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름다움을 소유할 수 있을까?
아름다움은 결코 소유할 수 없습니다.
남이 가졌다고 해서
충동적으로 가지려고 하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소유로부터 자유로울 때
비로소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제가 몇 해 전 경기도 광주에 있는
어느 도예가의 작업장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곳에서 유약을
전혀 바르지 않고 천연 그대로
구워 놓은 항아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유심히 보는 제 눈길을 느꼈던지
주인장이 선뜻 저한테 안겨 주었습니다.
그 항아리는 지금까지
곁에 두고 보고 있습니다.
욕심이 나서가 아니라
저절로 반해서 좋아했기 때문에
지금도 늘 곁에 두고 있으며
그 항아리에서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 풍겨 나옵니다.
제 마음이 무척 정결해집니다.
하나의 조그마한 항아리이지만
욕심을 갖지 않고
텅 빈 마음으로 보니까
그 아름다움,
그 항아리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수시로 캐낼 수 있는 것입니다.
내 소유물이 아니라도
보는 눈과 투명한
감수성을 갖추고 있다면
어디서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습니다.
투명한 감수성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순수한 사랑입니다.
순수한 사랑이 없으면
아름다움을 만날 수 없습니다.
따뜻한 사랑의
눈으로 보면 보이는 것마다
모두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는
우리의 본성이기도 합니다.
- 법정 스님<2007년 가을 실상사 정기법회>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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