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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하며 유가족 아픔 위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하며 유가족 아픔 위로

          전국 교구, 위령의 날 맞아 일제히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미사 봉헌


▲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6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전국 교구는 2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을 맞아 일제히 미사를 봉헌하고, 세상을 먼저 떠난 영혼들을 위해 기도했다. 아울러 교구들은 이날과 주일인 6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위한 기도도 미사 중에 바쳤다.

“수많은 무고한 이들, 특히 제대로 활짝 피어나기도 전에 젊은이들이 숨을 쉬지 못하고 죽어가는 순간을 떠올리면 얼마나 힘들고 두려웠을까 상상하는 것마저 마음이 아파옵니다.”(정순택 대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6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주례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서 “큰 슬픔과 충격에 빠져 있을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하느님께서 깊은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을 위로해주시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이 사회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나 미안하고 부끄럽고 큰 책임을 느낀다”며 “사랑하는 자녀들, 가족들을 순간에 잃은 슬픔을 무엇에 비길 수 있겠느냐”면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날 미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함께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정 대주교는 정부 당국을 향해 당부의 말도 전했다.

정 대주교는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사회적인 시스템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 주시길 당부드린다”며 “사회의 각계각층의 책임자들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인 우리도 인간의 존엄과 생명은 바로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고 인간의 생명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지고한 가치를 갖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참사로 국론이 분열되거나 사회적인 갈등이 커지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 아픔을 통해 더 성숙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또 희생자들의 유가족들도 그렇게 바라진 않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더 하나가 되고 서로 위로하며 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이 희생자들 마음, 가족의 아픔을 보듬는 길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 2일 서울 용산성당 성직자 묘역에서 봉헌된 서울대교구 위령의 날 미사에서 신자들이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는 앞서 2일 위령의 날에도 서울 용산성당 성직자 묘역에서 정순택 대주교 주례와 교구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중 신자들의 기도 중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게 영원한 안식과 유가족을 향한 주님의 자비를 간청하는 지향도 바쳤다.

전국 교구들도 같은 날 위령의 날 미사를 봉헌하면서 앞서 주님 곁으로 간 사제들과 부모, 형제, 친지, 은인들을 함께 기억하고, 전구를 필요로 하는 모든 연옥 영혼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대구대교구는 2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을 맞아 교구청 성직자 묘지와 군위ㆍ범물동 묘원에서 위령 미사를 봉헌했다. 한편,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와 총대리 장신호 주교, 사무처장 조현권 신부는 1일 대구 두류공원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가 4일 북한군· 중국군 묘지에서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위령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홍보국 제공

의정부교구는 4일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북한군ㆍ중국군 묘지에서 교구장 이기헌 주교 주례로 ‘분단 77년, 화해와 평화를 기원하는 북한군ㆍ중국군 묘지 위령미사’를 봉헌했다. 이 주교는 ‘무명인’이라고 적힌 묘비 앞에서 기도를 바치며 전쟁 중 숨을 거둔 수많은 영혼을 기억했다.

미사에 앞서 교구 사제들은 영국군 설마리 전투공원에 모여 북한군ㆍ중국군 묘지까지 평화 기원 도보순례를 했다. 교구 민족화해위원장 강주석 신부는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 신앙인의 사명이라 생각한다”면서 “평화가 더 간절한 이 시기에 교회가 함께 더 간절하게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국립현충원 현충탑에서 헌화와 분향 후 순국선열에 대해 묵념을 하고 있다.

군종교구는 4일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호국영령을 위한 합동 위령 미사를 봉헌하고 순국선열 및 이태원 사고로 인한 군과 군무원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교구장 서상범 주교는 미사 강론을 통해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로 인한 희생자 중에는 군인, 군무원을 포함해 7명(사망3, 부상 4)의 사상자들이 발생했다”며 “이분들과 모든 희생자를 기억하면서 부상자들도 하루빨리 완쾌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질만능과 1등(주의), 공부 잘하고 좋은 직장 가고 이런 너무 세속적인 현상에 몰두하다 보니, 또 이런 풍조 속에 여러 축제가 상업화된 것”이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심어줘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모두가 한 번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이상도ㆍ박수정ㆍ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