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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길동무 얘기

유가족 슬픔에 동참하며 성찰·쇄신의 목소리 높여야

               유가족 슬픔에 동참하며 성찰·쇄신의 목소리 높여야

                이태원 10·29 참사, 신앙인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 지하철 이태원 역 앞에 참사 희상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사목자들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할 때 현실의 고통과 슬픔을 이겨낼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승선 기자

교회는 우리의 현실에 필요한 하느님의 말씀을 전해줘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겪는 어려움을 보고 듣고 공유하면서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희망을 들려줘야 한다.

온 국민은 세상을 떠난 모든 이와 특별히 연옥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위령 성월을 이틀 앞두고 발생한 서울 이태원 10·29 참사로 깊은 슬픔에 빠져있다. 156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고 197명이 다쳤다. 353명의 사상자를 낸 이 비극의 상황을 신앙인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할까? 교회는 어떻게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부상자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연대와 기도

그리스도인들은 믿는다. 죽음에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친히 10·29 참사로 희생된 모든 이들을 다시 살리실 것을. “하느님께서 친히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실 것”(묵시 21,4)을 믿는다. 그리고 신앙 안에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기꺼이 죽으셨던 그리스도께서 친히 그들과 함께 죽어가고 계셨다는 것을 고백한다.

영성신학자요 교의신학자인 윤주현(가르멜 수도회, 대전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그리스도교 신앙이 추구하는 가치는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서 아파하고 이유 없이 고통당하고 죽어가는 이들과 연대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 첫 번째”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주한 현실의 고통과 슬픔이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의 의미를 성찰할 때 이 현실에서 고통을 이겨낼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리스도인들은 안다. 위로의 근원이신 하느님만이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아픔을 위로해 주실 수 있다는 것을. 그러기에 사목자들은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신앙인으로서 우선할 일이라고 권고했다.

희생자들 진심으로 추모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30일 주일 정오 삼종 기도 시간에 “서울에서 순식간에 사람들이 밀려들어 빚어진 비극적 결과로 목숨을 잃은 이들, 특히 젊은이들을 위해 부활하실 주님께 기도드리자”고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당부했다. 교황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에도 로마와 전 세계에 보내는 부활 메시지를 통해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고난과 고통, 슬픔 속에 있는 모든 이들을 저버리지 않으신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한 바 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 드린다”면서 진심으로 애도했다.

또 서울대교구를 비롯한 전국 교구와 성당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부상자, 유가족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우선으로 신앙인들이 할 것은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 유가족과 부상자들을 위한 기도, 그리고 그들의 슬픔과 아픔에 동참하면서 그분들에게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서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유가족들이 더 외롭지 않고, 더 슬퍼하지 않도록 이번 참사가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연대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주현 신부는 “하느님께서는 아무 조건 없이 사랑으로 우리에게 오시고 우리의 모든 것을 함께 나누시고, 함께 공감하시고, 아파하시고, 죽음마저 당신이 지고 가셨다”면서 “이유 불문하고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시스템 바로 세워야

그리스도인들은 ‘내 탓이오’라며 윤리적 책임을 통감할 줄 안다. 이번 참사를 애통해 하는 많은 그리스도인은 세대 간 소통과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번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가 깊이 성찰하고 새롭게 쇄신할 수 있도록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철학 박사인 홍경완(부산가톨릭대 총장) 신부는 “사회교리적 관점에서 보면 세대 간의 소통과 사회 시스템이 반드시 채워져야 공동선을 이룰 수 있다”면서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애도하고 유가족과 부상자들의 슬픔과 아픔을 동반하는 것이 시노달리타스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홍 신부는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을 바로 세워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신앙인의 자세”라고 했다.

새로운 위험에 대비

영성심리학자 홍성남(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신부는 “이번 참사를 이용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려는 세력에 휘둘리지 않고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건전한 토론을 계속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홍 신부는 “지금은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유가족들이 자책하지 않도록 위로하고 정서적으로 돕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현철(빅토리노,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치적인 또는 다른 어떤 편견들이 작용되면 안 된다”면서 “어떻게 국민을 보호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는 새로운 위험을 늘 찾고 대비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 국가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김희중 대주교 역시 “그냥 체면치레로 가서 얼굴 내밀고 추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실제로 전례 모임이나 행사에서 노약자부터 먼저 배려하는 등 질서 교육을 습관화하는 지침을 만들어 교회에서부터 솔선수범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리길재ㆍ박예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