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생 낱말 사전

<잘라 버리다>-251

<잘라 버리다>-251

몇 년 전,

누드잡지 [플레이보이]에

사진이 실릴 정도였다 하여

국민의 우상(?)이 되다시피 한

어느 모델이

목돈을 긁어모아

미국으로 돌아간 뒤,

국민의 관심사를 반영하듯

어느 방송사가

국내 누드모델협회회장을

초대하여 좌담 시간을 가졌다.

사회자가 "똑같은 누드사진인데

어떤 것은 예술이고

어떤 것은 외설이라고 하는데,

예술과 외설의 차이가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외설적인 누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성적인 흥분을 주지만

예술적인 누드는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는

것이 회장의 답변이었다.

우리는 세상과 인간을

자기 식으로 바라보는 눈과

자기 식으로 말하는

입을 가지고 살아간다.

남들은 외설적인 눈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훔쳐보지만

나는 심미안에

고상한 마음으로 그들을 감상한다.

남들은 잘라내고 빼어버릴

외설적인 것을

몸에 잔뜩 붙이고 다니지만

심미안을 가진 나는 그럴 것이 없다.

교회역사를 통해 볼 때

오리게네스가 하도 음욕이 생기고

수시로 성욕이 발동하여

그대로 있다간 죄를 지을 것 같아

거세해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엉큼한 짓을 하여

잘라내기로 했다면

눈이고 손이고 발이고

그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음도 하루에 수십 번은 잘라내어

내 몸에는 붙어 있을 것이

하나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몸에는

아무 탈없이 이것저것 다 붙어있다.

나뿐이겠는가.

남 앞에 신앙을 내세우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성한 몸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잘라낼 손도

빼어버릴 눈도 없는데

주님께서는 우리더러

잘라내고 빼버리라고

말씀하시니(마르 9,38-48),

주님은 정녕

우리 인간을 모르시는 건가.

우리에게 어떻게

그런 요구를 하실 수 있는가?

자를 것 없는 그분께서

"자기"의 온몸을

십자가에 잘라 버리신 후,

그분의 신봉자들은

그분의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기 시작했다.

"주님, 제 팔이 아픕니다.

제 눈이 아픕니다.

심신이 괴롭습니다.

죽겠습니다. 고쳐주십시오.

성하게 해 주십시오".

끝까지 잘라낼 것이 없는

우리들의 기도는

이렇게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데...

- 이제민 에드워드 신부 마산교구

 
 

'인생 낱말 사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멈추어 보라>  (0) 2023.12.18
<아버지의 마음> - 254  (0) 2023.12.16
< 자유5-250 >  (1) 2023.10.22
< 무릎 끓다 >-245  (0) 2023.08.31
< 눈물 2 >-240  (0) 2023.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