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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낱말 사전

<아버지의 마음> - 254

<아버지의 마음> - 254

압살롬이 아버지 다윗에게 청을 올린다.

"소자는 일찍이 야훼께 서원한 바가 있습니다.

이제 그 서원을 이루게 헤브론으로 보내 주십시오.

헤브론에 가서 야훼께 예배를 드리겠다고

서원한 일이 있습니다."(2 사무 15, 7-8)

아버지 다윗은 자초지종 캐묻지 않고

순순히 허락한다.

"그럼, 잘 다녀오너라." 고

장도를 빌어주기까지 한다. (2 사무 15, 9)

마치 예수께서 들려주신

자비로운 아버지와 같다.

작은아들이 아버지께

유산을 나눠 달라고 청했을 때

아버지는 아들의 청을

순순히 들어주었고

집을 떠나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압살롬은 길을 떠나 헤브론으로 간다.

그러나 그때 그는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몰아내고 왕위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다윗은 아무런 낌새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일까?

압살롬을 따르는

무리의 수가 불어나면서

반란세력이 커지고 다윗은 위기를 느낀다.

"당장, 여기에서 빠져나가자.

머뭇거리다가는 압살롬의 손에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가 달려들면

우리만 참변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성에 남은 백성들까지 해를 입을 터이니,

어서 서둘러라." 하며 몸을 피한다.

다윗의 입에서

아들을 원망하는 소리는 없다.

배은망덕한 놈, 괘씸한 놈이라는

분노가 터져 나올 법한데도

상황을 받아들일 뿐이다.

사울의 친척 하나가 나타나

자신에게 마구 돌팔매질을 해대며

"꺼져라! 이 살인자야, 꺼져라!

이 불한당 같은 놈아" 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어도,

신하가 나서 그를 해치우려고 해도

다윗은 묵묵히

미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야훼께서

나를 욕하라고

저 사람을 보내신 것이라면

내가 어찌 감히 왜 이러시느냐고 하겠소?"

하며 직접적인 반응을 피한다.

그리고 말한다.

"나의 핏줄에서 태어난 친자식마저

날 죽이려고 날뛰는 판에

베냐민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소?

야훼께서 시키신 일이니

욕하게 그냥 내버려두시오.

혹시 야훼께서 내가 당하는

이 비참한 꼴을 보시고

오늘 받는 이 저주 대신에

복을 내려 주실지 알겠소?"

막상 아들

압살롬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아버지 다윗은 가슴을 치며

성문 위 골방으로 올라 가

"내 자식 압살롬아,

내 자식아, 내 자식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이게 웬일이냐?

내 자식 압살롬아,

내 자식아" 하며

목 놓아 울었다.(1 사무 19, 1)

예수의 비유에 나오는 작은 아들은

압살롬처럼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굶어 죽게 되었구나!"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죽은 몸이 되어 하늘과 아버지께

지은 죄를 뉘우치면서

아버지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돌아오는 아들을 멀리서 보고

아버지는 측은한 생각이 들어

달려 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압살롬의 시체를 끌어안고

통곡을 하는 다윗의 심정은

지금 이 아버지의 마음과 같은 것이었으리라.

언제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될까?

하느님의 마음을!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 수 있을까?

- 이제민 에드워드 신부 마산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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