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 온 편지」에 띄우는 답장 <1>
|
|
당신따라 진리와 사랑의 삶 살도록 항상 함께해 주소서!
|
|
<세상에 아름다운 향기 퍼져라>
친정아버지, 옆집 할아버지 같으셨던 김 추기경님.(…) (추기경님이 전하신) 사랑이란 있는 마음 다해, 있는 정성을 다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눠 주는 선한 마음이 아닐런지요.
따끈한 차 한잔 건네주는 마음. 주머니에 있는 알사탕 하나 건네는 작은마음. 오고 가는 만남 속에서 친절한 작은 미소 하나.(…) 내내 기억에 있는 분들을 위해 말없이 기도하는 작은 목소리….
비록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부끄럽지만, 전 추기경님께서 주시고 가신 그 아름다운 사랑을 조금이나마 기억하고자 하루하루 이런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언젠가부터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죠.
나의 작은 따스한 말 한마디. 나의 작은 친절 하나가 상대에게 기쁨이 돼 주는 것. 그것은 곧 나를 낮추고 나를 비우고 정성을 다해 사랑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임을 알게 됐답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힘들지라도 사랑 앞에는 눈 녹듯이 녹는다는 진리, 그게 추기경님 삶이었죠.(…)
하늘에서 힘주시고 격려해 주십시오. 세상에 아름다운 향기가 퍼지도록, 그럼으로써 따뜻하게 어울리는 세상이 되도록….
유미애(테레사, 인천시 서구 불로동)
|
|
|
|
<이웃 사랑과 봉사 조금이나마 배워>
저는 실정법을 위반하고 구치소에 수감 중입니다. 경제관련 사범으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됐습니다.
올바로 신앙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며 추기경님께 편지를 씁니다.
3년 전 추기경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시는 순간 교우들은 추기경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사랑과 감사를 떠올렸습니다. 그 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아 저의 소중한 외아들이 갑작스런운 사고로 스무 살 나이에 추기경님이 계신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저 역시 언젠가는 반드시 죽을 운명이라는 사실과 함께 자식 잃은 부모의 크나큰 아픔을 체험하면서 부모없는 자녀들 아픔에 공감을 하게 됐습니다.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이태석 신부님은 남수단에서 병든 이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진실한 가족이 돼 주셨습니다. 그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하셨던 이 신부님 열정을 보면서 지금까지 참으로 잘못 살아온 제 삶을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이웃에 대한 사랑과 봉사를 조금이나마 배웠습니다.
|
|
|
|
김 추기경님, 오늘도 하늘나라에서 주례하시는 미사에 (…) 제 아들 바오로도 참례했는지요. 지상에 있는 저희도 추기경님꼐서 주례하시는 그 영적미사에 참례해 합송합니다.
"성령을 믿으며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 아멘."
언제나 사랑합니다.
황00(요셉, 재소자)
<미워하는 사람도 사랑하도록>
저는 추기경님을 두 번이나 뵈었기 때문에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를 읽는 내내 추기경님 음성을 직접 듣는 듯했습니다.
한 번은 1969년 대학 4학년일 때 저의 학교 강당에서였어요. 빨간 모자를 쓰신 채 올라가셔도 됐을 터인데 그날은 모자를 벗어 맨 앞줄에 서 있던 저에게 맡기시고 단상에 오르셨습니다.
또 한 번은 의정부 한마음수련회에서 여고 동창 선후배들 피정이 있던 날이었어요. (…) 김 추기경님이 어려워 말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식사했지만 '애모'를 부르시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 있답니다.
TV나 신문지상에서 시의 적절하게 비중 있는 말씀을 하실 때도 참 든든하다고 생각했는데, 한꺼번에 받은 일곱 편의 편지(「하늘나라에서 온 편지」)는 더욱더 마음에 파고듭니다.
저는 요즘 참사랑이 얼마나 힘든지 절절히 느끼고 있는데, 추기경님께서는 강하게 다그치시네요. 포기하지 말고 계속 사랑하라고요. 사랑만이 인간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요.(…)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에서 앞으로도 위로와 용기를 얻겠지만, 저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해야 할 때는 정말로 힘들 것이 뻔해 추기경님 도움을 기도 중에 청할 거예요.(…)
정세정(아숨타, 경남 하동군 금남면)
<힘을 주시는 추기경님께>
김수환 추기경님!
벌써 몇 년째 드나드는 경찰서 유치장이지만 항상 마음의 갈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유치인들을 '쇠창살 안의 예수님'이라 부르면서 그들에게 하느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드러누워 본체만체하는가 하면 오히려 역정을 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사람들에게 하는 이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회의가 수시로 밀려들곤 합니다. 그러나 추기경님의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가 저에게 힘을 주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은 감정이나 느낌이 아니고 의지에 속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심에서 출발해 그 결심을 지키는 의지로써 지속됩니다"라는 추기경님의 이 말씀이 잠시 흔들리는 제 마음을 잡아줍니다. 그들의 반응이 비록 차갑더라도 오직 하느님의 사랑을 전한다는 의지로 오늘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추기경님은 "참사랑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남의 고통을 자기 것으로 삼아 함께 괴로워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씀하셨죠. 잠시의 실수와 잘못으로 방황하고 있는 유치인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괴로워하는 것이 참사랑임을 머리로는 깨닫습니다. 그 깨달음이 마음에 이르기까지는 너무나 긴 여행을 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청소년들을 볼 때입니다. 15살짜리 학생이 죄를 짓고 들어와 쇠창살 안에 있을 때였습니다. 어떻게 그 아이의 부모가, 이 사회가 그 학생을 이 지경으로 몰고 갔는지…. 마음이 무거워 정말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아빠가 된 마음으로 따뜻하게 손을 잡고 인생의 의미를 설명해 나가자 다행히 차분히 들으면서 자신의 의지를 다지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스러워 보였습니다.(…)
저는 유치인들에게 "사랑하는 형제ㆍ자매님들, 다시는 여기에 들어오지 마시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더욱 보람된 삶을 사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건넵니다. 쇠창살 안에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가 귓전에 울리며 유치장 문을 나설 때는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도 하느님의 빛을 밝히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 유치장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부족한 제가 정말 겸손한 자세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추기경님이 어려운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하느님 뜻 안에서 살 수밖에 없다. 거기서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다 그분께 맡길 일이다"라고 하신 것을 백만분의 일이라도 본받을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십시오.
이계상(베네딕토, 서울대교구 경찰사목위원회 선교사)
|
'바보 김수환 추기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평화신문) (0) | 2023.12.17 |
---|---|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에 띄우는 답장 <2> (1) | 2023.12.17 |
[한경에세이] 추기경의 선물 (0) | 2023.12.13 |
<김수환 추기경을 떠나 보내며> (1) | 2023.12.08 |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 그 후 2] 가난한 이들과 함께 못해... 용기가 없어서 (0) | 2023.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