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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곰삭한 맛

<은총에 눈을 뜨니>

<은총에 눈을 뜨니>

 

이제사 비로소

두 이레 강아지 만큼

은총에 눈이 뜬다.

 

이제까지 시들하던

만물 만상이

저마다 신령한 빛을 뿜고

 

그렇듯

안타까움과 슬픔이던

나고 죽고 그 덧없음이

모두가 영원의 한 모습일 뿐이다.

 

이제야 하늘이 새와 꽃만을

먹이고 입히시는 것이 아니라

나를 공으로 기르고 살리심을

눈물로써 감사하노라

 

아침이면 해가 동쪽에서 뜨고

저녁이면 해가 서쪽으로 지고

때를 넘기면 배가 고프기는

매 한가지지만

 

출구가 없던 나의 의식 안에

무한한 시공이 열리며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소중스럽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

 

- 구상,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

 

누구든지

은총에 눈을 뜨게 되면

세상이 이제까지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보입니다.

 

이 세상의 하찮은

들꽃 하나도 거룩함이 깃든

하느님의 피조물로 보이게 되고,

지난 날 슬픔과 고통 투성이로 보였던

삶의 편린들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건네시는 축복과 생명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제껏 몸부림치며

고독하게 살아 온 줄로만 알았던

자신의 삶 속에 드러나지 않게

도움의 손길로 부추겨 왔던

하느님의 동반에

눈물로써 감사할 줄도 알게 됩니다.

 

벗이여, 신앙의 눈을 떠서

그대의 의식 안에 무한한 시공이

열림을 보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새롭게 보고,

거룩하게 대하고,

아름답게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 차동엽신부, 여기에 물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