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더불어 삶(이웃사랑)

<기쁨이 모여 사는 마을>

<기쁨이 모여 사는 마을>

 

기쁨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다.

복권 마을과 마찬가지로

이 마을에

계란만한 큰 기쁨은

몇 밖에 안 된다.

거의 전부는

이슬방울 같은

작은 기쁨들이다.

큰 기쁨이

인간마을로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물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인간마을로 나서는 것은

작은 기쁨들이다.

그러나 작은 기쁨들은

인간들이

잘 맞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쓸쓸히 돌아오곤 한다.

"사람들은 참 이상해.

큰 것만 좋아한단 말이야."

"누가 아니래.

작은 것도 여럿이 모이면

큰 것 못지않은데

그저 갖기 어려운

큰 기쁨만 원하고 있으니."

오늘도 작은 기쁨들은

조롱조롱 인간마을에

나와 앉아 있다.

조촐하나 정겨운

차 한 잔 곁에.

울타릿가

찔레꽃 향기 맡에.

서녘에 지펴지는

황홀한 노을과 함께.

그 사람의 별빛 같은

눈동자 속에.

살짝 터지는

그 사람의 미소 옆에.

오직 작은 것을

사랑하는 소녀만이

작은 기쁨들을 주워서

천 조각으로

조각보를 만들 듯

큰 행복을 누리고 있다.

- 정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