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信仰人의 삶

[2024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 1주차

 

[2024 우리 생애 가장 아름다운 40일] 1주차

사순 시기 동안 ‘잠시 멈춤’… 그리스도인에 합당한 행동 나서

환경을 지키기 위한 ‘줍깅’을 실천하기 위해 길에 버려진 담뱃갑을 줍고 있는 민경화 기자.

사순 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시간인 동시에 주님의 부활을 합당한 자세로 맞이하기 위해 죄를 씻고 내면을 정화하는 은혜로운 시기다. ‘행동한다는 것은 또한 멈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올해 사순 담화를 가슴에 담고, 세 명의 기자들이 ‘행동’을 통해 ‘잠시 멈춤’에 나섰다. 잠시 멈춰 말씀을 필사하며 기도하고, 바삐 오가는 일상 중 잠시 멈춰 환경을 생각하며, 갈등 속에서 잠시 멈춰 오늘의 삶을 감사하는 40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기도와 자선과 단식은 서로 관계없는 세 가지 행위가 아니라 … 개방과 자기 비움의 단일한 행위입니다. 그렇게 할 때 위축되고 외로웠던 마음이 회복될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의 2024년 사순 시기 담화 중)

■ 성경 쓰기

노트에 ‘말씀’ 채우며 기도… 사순 저금통 적립도


고사리손으로 성경 구절을 필사하는 스텔라.

‘쓰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도전과 다름없다. 스마트폰을 쥐고 양손 엄지 놀려 손쉽게 메시지를 보내고, 키보드 자판으로 뚝딱 문서를 작성하는 것에 익숙할지 몰라도, 텅 빈 백지에 꾹꾹 눌러 글씨를 쓸라치면 벌써 손목이 욱신거린다.

현장에서 말씀을 필사하는 신자와 공동체를 여럿 만났다. 신·구약 전권을 필사한 80세를 훌쩍 넘은 어르신, 본당 공동체가 마음을 모아 말씀을 이어 쓰는 모습에 공감하며 기사에 담고 우리 믿는 이들도 ‘쓰기’에 함께하자 청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사순 시기 말씀 필사는 그런 반성에서 비롯됐다. 잠시 멈추고 말씀의 바다에 살짝 몸을 담가 보기로 했다. 필사를 몸소 체험한 이들이 전해줬던 은총의 순간을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되돌아보니 말씀을 필사한 것이…. 아뿔싸~! 요한복음 전체를 필사했던 1994년이 마지막이다. 교구의 주일학교 신입 교리교사 연수 과제였다. 기말고사 준비하듯, 10여 장의 복음을 제출 전날 밤 몰아 썼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 아니 밟아서는 안 되리라 다짐한다.

막상 마음먹고 나니 뭘 쓸지,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다. 필사 노트는 어떤 게 있는지, 예전 취재했던 신자들은 어떻게 썼는지 살펴보다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하느님의 손길을 청하는 40일 성경 기도 노트」. 40일이라는 미션은 사순 시기와 딱 맞물려 좋다. 성경만 쓰려고 했는데 「준주성범」의 주옥같은 말씀까지 읽고 맛들일 수 있다. ‘1+1’이니 묵상은 더 깊어지리라 희망한다. 무엇보다 뭘 쓸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마음이 가볍다.

도전에 응원을 보태준 이들이 있어 힘이 난다. 40일 성경 기도 노트를 택했다는 이야기에 미카엘라 선배는 반나절 만에 책을 손에 쥐어줬다. 술술 글씨가 써지는 ‘별다방 볼펜’은 주교회의 로사 자매님의 도움으로 쉽게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의 동참이 기쁘다. 생소한 모습의 책을 살펴보던 딸 스텔라는 성경 필사는 자신이 맡겠다 했다.

학원 갈 시간 빠듯한 요일에는 아내 에밀리아나가 그 몫을 대신하기로 했다. 말씀 필사를 통한 기도는 기도로 끝이 아니기에 하루 필사를 마치면 매일 2000원을 적립하기로 했다. 가족은 40일간 모은 8만 원에 아빠가 2만 원을 보태 총 10만 원을 딸의 이름으로 사순 저금통에 봉헌하기로 했다.

방주에 들어간 노아는 40일 동안 홍수를 만났고,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40일을 지냈고, 엘리야는 40일을 걸어 호렙산으로 향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간 머무르시며 기도한 것처럼 이제 40일 동안 말씀 안에서 기도하며 노트를 채워나갈 것이다. 그 첫 구절을 꾹꾹 눌러 쓴다.

“주 이스라엘의 하느님, 하늘과 땅 그 어디에도 당신 같은 하느님은 없습니다.”(2역대 6,14)

이승환 기자 lsh@catimes.kr

■ 생태적 회개 - 줍깅

취재 길에 만난 쓰레기… “치우고 싶다” 생각 먼저


집게를 들고 골목을 청소하고 있는 민경화 기자.

“올해 사순 시기에는 하느님과 가까워지기 위한 실천을 직접 해보면 어떨까요?”

사순 시기 기획을 논의하던 중 한 기자의 아이디어에 ‘환경을 위한 실천’이 떠올랐다. 생태환경 분야를 담당하고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텀블러 사용하기 외에는 열심히 실천하는 것이 없어 아쉬움이 남던 차였다.

“제가 해볼게요.” 손을 들었지만, 올해 사순은 무려 5주. 포기하지 않고 5주 동안 생태환경을 위한 실천을 지속할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섰다. 첫 번째 주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줍깅’을 선택했다. 수요일부터 화요일까지 하루에 10분, 하루도 빠짐없이 실천하는 것이 목표였다.

실천 첫날, “취재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보고를 한 뒤 찾은 곳은 회사 옆 골목.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오가며 담배꽁초와 일회용컵이 널브러진 길을 보며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간단한 도구를 챙겨 거리로 나갔지만, 막상 발 앞에 떨어져 있는 담배꽁초를 줍는 게 쉽지 않다.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던 순간, 골목 끝에서 등장한 한 아저씨. 옥외용 쓰레받기와 빗자루로 10여 개의 담배꽁초를 금세 쓸어 가자 조바심이 나 “제가 주울게요”라며 아저씨를 막아섰다. 담배꽁초를 두 손 가득 주우며 물으니 “매일 아침 길거리에 쓰레기를 줍는 공공근로자”라고 하신다.

손으로 줍는 게 안쓰러우셨는지 집게를 빌려주신 덕분에 첫날의 줍깅은 무사히 성공. 매일 동네를 깨끗하게 치워주는 분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된 수확은 덤이다.

공공근로자분들이 큰 골목을 치워주시는 것을 알게 되자 다음날은 그분들의 손이 닿지 않는 구석을 공략하기로 했다. 둘러보니 쓰레기차가 다녀간 뒤 집 앞에 남은 쓰레기가 적지 않았다.

몇 달 전부터 골목에 쓰레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봤던 터라 이참에 치우기로 결심했다. 일회용 마스크, 패트병, 종이박스, 화장품 용기. 종류도 다양하고 규모도 크다. 이틀에 걸쳐 치우고 난 뒤, 깨끗해진 골목을 보니 속이 시원하다.

3일간 줍깅을 하니, 어딜 가든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쓰레기다. 취재를 위해 여의도를 지나가다 건물 앞에 가득 쌓인 담배꽁초를 보자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내일은 취재 나갈 때도 도구를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길에 가장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은 담배꽁초다. 담뱃갑도 세트로 버려져 있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는 일회용 마스크와 종이컵, 페트병 등 크고 다양한 쓰레기를 만날 수 있다.

최소한 내가 쓴 것, 내가 지나간 자리를 깨끗하게 치운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쾌적한 환경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쓰레기를 줍는 작은 행동이지만 일주일간 꾸준히 실천하고 나자 마음속에 뿌듯함이 올라왔다.

줍깅을 했던 일주일이 당장 지구환경을 변화시키지 못하겠지만, 나의 행동을 보고 기억했던 사람들이 쓰레기를 덜 버리고자 노력한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 감사 노트

부활 약속 일깨우며 ‘긍정’ 되찾기 위해 도전


재의 수요일에 쓴 첫 감사 일기.

구유에서 태어나신 그분이 어느새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듯, 우리 삶도 언젠가 끝난다는 걸 생각해 볼 시간이 주어졌다. 죽음이 있기에 우리는 고된 삶의 끝을 떠올리며 긍정적이 되고,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버틸 힘은 얻는다.

그러나 많은 현대인은 팍팍한 현실에 압도돼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지난해 ‘국제 행복의 날’인 3월 20일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끝에서 네 번째였다. 노동시간으로는 4위(2021년 기준)에 달할 만큼 분주한 삶에 치여 죽음을 돌아볼 수 없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나 또한 죽음을 잊어버린 삶 속에서 부정적이 되어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수난하시고 돌아가신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며 우리에게 부활을 약속하셨으니, 나 역시 부활의 약속을 믿으며 긍정을 되찾을 일이다. 주변을 걱정시킬 만큼 불안해하는 버릇도, 내게 주어진 어려움에 출구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도 착각의 산물에 불과했다. 그런 내게 감사노트 쓰기를 추천한 분은 설에 찾아 뵌 할머니였다.

“삶은 영원하지 않아서 오히려 소중해지는 거야. 하느님이 선물로 주신 순간순간을 찾아 적어 보렴.”

다니는 교회 목사님 권유로 감사노트 쓰기를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써보면 감사할 일이 아주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영원하지 않기에 소중한 일상 매 순간, 겉으로는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 주님이 보물찾기처럼 숨겨놓은 행복을 발견하며 자연스럽게 긍정의 힘이 날 것”이라는 격려였다.

노트 쓰는 법은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했다. 그날그날 감사했던 일을 한 가지씩만 쓰면 충분했다. 사실 감사노트가 뭔지 알고는 있었지만, 일처럼 느껴질까 엄두를 내지 못해 왔기에 더욱 반가웠다.

사순 시기 첫날인 재의 수요일부터 노트를 쓰기 시작했다. 감사할 일 딱 한 가지만 떠올리면 끝인데도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 삶에서 감사할 일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지를 못하니 떠오르는 것 자체가 없었다.

평소 얼마나 성찰이 부족한 삶을 살아왔는지 부끄럽게 와닿았다. 결국 가장 유치하지만 그래서 매우 단순한 감사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첫 번째 감사 일기는 아래와 같다.

“예쁜 일기장, 잘 나오는 펜을 살 수 있어서 감사~!”

박주헌 기자 ogoy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