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운동, 우리 교구는?
일상 속 실천부터 지역 환경 현안까지 적극 앞장
교구 차원 에너지 협동조합 창립해
본당·교회기관 태양광발전소 건립
해양 생태 회복 위한 치어 방류 활동
제주 제2공항 건설 반대 촉구 등
지역 생태환경 지킴이 역할도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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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독자봉 쉼터에서 황태종 신부(오른쪽), 오병수 신부가 제주의 생태환경 보전을 기원하는 합동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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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도 교회는 생태적 회개를 강조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는 2024년 사목교서의 주제를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로 정하고 교구민들에게 “우리 어머니인 지구를 지키기 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기도와 실천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 광주대교구, 춘천교구, 대전교구, 수원교구도 지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태적 회개를 실천하며 한 해를 보낼 것을 제안했다.
각 교구는 생태환경위원회, 혹은 환경농촌사목위원회, 가정생명환경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위원회를 두고 공동의 집을 지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적극적인 생태적 회개가 요구되는 2024년, 우리 교구에서 하고 있는 생태환경 사목을 알고 참여해보자.
생태운동, 본당·개인으로 확산
구호나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실천이 동반될 때 환경문제는 개선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소서」로 생태적 회개의 중요성을 인식한 교회는 본당과 개인이 실천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하늘땅물벗이다. 하늘과 땅, 물을 살리는 벗이 되자는 뜻의 하늘땅물벗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산하 평신도 사도직 단체로 2016년 10월 창립했다.
단체는 한티벗, 누리보듬벗, 반석벗 등 각 본당의 특색에 맞는 이름 안에서 신자들은 벗님으로 활동한다. 구체적인 활동은 각 본당 벗이 결정한다. 탄소포인트제에 가입하거나 우유팩·냉동팩 수거, 「찬미받으소서」 스터디 등 신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7개에 불과했던 서울대교구 벗은 5년 만에 17개로 증가했고 인천교구와 제주교구로도 활동이 확산됐다. 제주교구는 2023년 10월 틀낭벗이라는 이름의 교구벗을 창립했다. 인천교구도 일찌감치 하늘땅물벗 활동에 동참, 2022년 기준 24개 벗이 활동 중이다. 영종본당은 지난 1월 12개 벗을 발족해 가장 많은 벗이 활동하는 본당이 됐다.
광주대교구에서는 플라스틱과 일회용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숍’(Zero Waste Shop)이 운영 중이다.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대구관구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오로 가게는 비누와 치약·수세미 등 다양한 친환경 생활용품과 유기농 과자, 세제, 차 등도 소분해 판매하고 있다. 바오로 가게를 통해 윤리적 소비를 경험한 신자들은 생태환경을 위한 각자의 실천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부산교구도 지난 대림과 사순 시기에 탄소 단식 챌린지로 교구민들의 실천을 독려했다. 거절하기(Refuse), 고쳐쓰기(Repurpose), 다시 쓰기(Reuse), 아껴쓰기(Reduce), 재고하기(Rethink), 재생하기(Recycle)를 뜻하는 ‘6R 탄소 단식 챌린지’는 각자 정한 도전 항목을 교구 홈페이지에 기록해 나의 실천 내용과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대전교구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이 지난해 7월 천안월랑성당에 설치한 불휘햇빛 7호 발전소.
대전교구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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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절약 여정 함께하는 교회
교구가 본당에서 체계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다. 대전교구 생태위원회는 2019년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창립하고 본당과 교회 기관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산시키고 있다. 2019년 8월 갈마동성당 한얼관에 1호 발전소 건립을 시작으로 지난해 9월 기준 15개 본당이 협동조합을 통해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했다. 대전교구청, 대전가톨릭대학교, 성모초등학교 등 교회 기관도 동참하고 있다.
2021년 9월, 수원교구는 2030년까지 교구 및 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고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룰 것을 천명하며 생태적 회개를 위한 새로운 길에 나섰다. 같은 해 12월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을 창립하고 태양광발전소 운영을 시작한 수원교구는 교구 내 시설들에서 소비되는 전력량을 약 2만2000㎾(킬로와트)로 추산하고, 2030년까지 2만2000㎾ 규모의 신재생에너지발전을 운용할 수 있도록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마산교구 평신사도직협의회가 주최한 ‘수산종자 방류 사업’에 참가한 신자와 수도자들이 치어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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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환경보호 앞장
각 교구들도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보존을 위해 애쓰고 있다. 교회가 지역의 환경지킴이가 된 것이다.
대구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희귀 야생동물과 식물들의 서식처인 대구 팔현습지를 지키고자 지난 1월 27일 팔현습지 왕버들숲 앞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다. 대구 3대 습지 중 하나인 팔현습지는 교량형 도보교 건설 계획이 발표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대구 생태환경위원회는 팔현습지를 지키고자 매월 1회 정기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마산교구도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생태환경분과 차원에서 지역의 해양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해양 생태 환경 및 자원회복을 위한 수산종자 방류 사업’ 을 진행한 마산교구는 전남 고흥과 여수, 경남 남해, 통영, 거제 등 10여 곳에서 정성껏 키운 치어 15만 마리를 방류했다. 이를 통해 해양 오염 실태와 수산 자원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제주 생태환경의 가장 큰 이슈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이다. 뿐만 아니라 하논분화구 호수개발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한 제주도에서 제주교구는 ‘제주다움’을 지킬 수 있도록 생태운동에 뛰어들었다.
‘제주의 생태환경 보전’을 기원하는 미사 봉헌과 함께 틀낭학교를 통해 생태영성활동가 양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틀낭학교는 제주도 지역과 관련된 환경문제와 실천방법을 공유하면서 활동가를 양성하고 제주 내 환경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신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생태적 회개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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