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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 신앙의 나그네 길

<대나무처럼 살라!>

<대나무처럼 살라!>

처음에는 대나무처럼 살라는

성철 대선사의 화두를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상좌스님의 자상한 설명을 듣고서야

저는 무릎을 쳤고

가슴이 시원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대나무가 가늘고 길면서도

모진 바람에 꺾이지 않는 것은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입니다.

속이 빈 것은 욕심을 덜어내어

가슴을 비우라는 뜻이었습니다.

또한 사람마다 좌절, 갈등,

실수, 실패, 절망, 아픔, 병고,

이별 같은 마디가

우뚝 설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욕심을 채우고 또 채우면

결국 막다른 골목에 홀로 서 있게 됩니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틈이 있어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으며

빈자리가 있어야

누군가 앉을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대나무 마디처럼

온갖 고뇌를 딛고 자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릅니다.

정신 멀쩡한 사람이

어찌 고뇌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대나무에 마디가 없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얼마 자라지 못해 모진 바람에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그 고뇌는

우리의 멘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뇌가 우리를 강하게 만들어주고

미래를 개척해 주며 우리에게 살아갈 만한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병마도

즐기고 좌절과 아픔도 벗하며

슬픔과도 어우러져 살 줄 알아야 합니다.

흔히 듣는 말 중에 현대의 금언과도 같이

여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암을 미워하지 말고 벗 삼아 함께 살아가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처음에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참으로 낯설기만 했습니다.

암을 이겨내야지

어찌 벗 삼아 함께 살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뒤에야

전문가들이 조언한 참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암을 미워하면 원망이 생기고,

그로 인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암세포를 키운다고 합니다.

육신은 마음을 따라간다는 게

정설이 되었습니다.

암을 이겨 낸 사람들은

암을 두려워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벗하여 살았다는 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였습니다.

- 김홍신<인생사용 설명서>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