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 >
남으로 북으로 동으로
서로 뛰어 다니는
뜬 구름 같은
인생이 모두 공(空)한 것이다.
하늘도 공하고 땅도 공하니
인생은 공한 그 가운데 있다.
밭도 공한 것이고
땅도 공한 것이니
많고 적은 주인을
서로 바뀌었구나.
금덩이도 공하고
은덩이도 공하니
오고 가는 것이 공이다.
아내도 공한 것이니
자식도 공한 것이니
황천 가는 길에서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네.
대장경에서는 공(空)이
곧 색(色)이라 하였고
반야심경에서는 색이
곧 공이라 하였다.
아침에는 서로,
저녁에는 동으로 뛰어다니며
인생이 꽃을 찾아
꿀을 따는 벌과 같아서
백 가지 꽃에서
꿀을 얻은 후에
다시 쓰디쓴 괴로움과
공에 도달한다.
자다가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 들었는데
몸을 한번 뒤척이니
벌써 오경을 알리는 종소리라.
태어나서 살아온 길
되돌아 살펴보니
모두가 꿈을
벗어나지 못하였구나.
믿지 못할 것이
복숭아꽃과 같으니
꽃이 핀 다음 몇 시간이나
붉은 모습을 지니는가.
죽은 다음에는
모두 흙으로 돌아가도다.
육식은 흙이 되고
기운이 날아가며
누른 가죽은
피와 고름을 싸고 있구나.
이 몸이 무너지면
개와 돼지보다 못한 것을
어찌 스승에게 먼저 묻지 않는가...
- 지공 선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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