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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우리의 좌절과 깊은 상처에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나를 위해서라면 당신 목숨까지 내어놓으실 하느님!

사순 제4주간 목요일
(탈출32.7-14.요한5.31-47)
우리의 좌절과 깊은 상처에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나를 위해서라면 당신 목숨까지 내어놓으실 하느님!
사랑은 천 개의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랑의 실체요 근원이신 분, 사랑 빼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신 분, 우리의 하느님께서도 천 개의 얼굴을 지니고 계시는 것이 분명합니다.
특강을 다니다가 때로 교우들을 극진히 사랑하시는 신부님들을 만납니다. 교우들을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하루 해가 짧습니다. 머릿 속에는 언제나 교우들의 신앙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 그것을 실현시키려니 몸은 또 얼마나 고달프겠습니까?
한갓 인간인 사제들도 이렇게 사랑이 많으신데, 사랑의 본질이요,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은 그 사랑이 얼마나 더 뜨겁겠습니까? 아마도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어제도 지금도 내일도 활활 불타오르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이런 분이 아닐까요? 어떻게 하면 좋은 풀밭으로 양떼를 데려가 살찌울까 고민하시는 하느님, 우리의 좌절과 깊은 상처에 눈물 흘리시는 하느님, 나를 위해서라면 당신 목숨까지 내어놓으실 하느님, 언제나 용서하시고, 언제나 받아 들여주시는 속도 밸도 없는 바보 같은 하느님....
하느님께서 지니신 속성 가운데 가장 우세한 속성은 아무래도 한없는 너그러움이요, 세상 말랑말랑한 부드러움이 아닐까요?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을 포함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찌 그리도 하느님의 속성과는 크게 대비가 되는지 씁쓸하고 서글픕니다. 하느님께서 총애하시고 선택하신 이스라엘 백성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들의 행실을 보시고 크게 개탄하십니다.
“내가 이 백성을 보니, 참으로 목이 뻣뻣한 백성이다. 이제 너는 나를 말리지 마라. 그들에게 내 진노를 터뜨려 그들을 삼켜 버리게 하겠다. 그리고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이스라엘 백성의 목이 워낙 뻣뻣하고 마음이 완고하다 보니, 부드럽고 섬세한 하느님의 사랑이 스며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목디스크로 뻣뻣해진 제 목도 크게 걱정이 됩니다.
아무튼 마음이 사라진 이스라엘 백성들의 제물, 진정성이 배제된 그들의 예배에 하느님께서 진노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하느님은 분노에 더디신 분, 우리의 죄와 악행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사랑을 베푸시는 분입니다. 중재자 모세의 당부에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즉시 거두셨습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바로 이런 분이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