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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우리는 모두 한 형제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형제입니다.>

불안, 불신, 부패로 둘러싸인

오늘의 사회는 한 가닥의 희망도 없는 듯

젊은 영혼들을 낙망의 구렁 속에 떨어뜨리는

이 현실을 우리 모두는 느끼고 한탄합니다.

그럼 우리가 창조해야 할

새 시대는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새 시대는 의롭고 밝은 사회여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자유와 평등과 우애를 함께 누리고

나눌 수 있는 진정한 민주 한국 건설,

나아가 보다 인간다운 인류 사회

건설의 시대여야 함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모두 형제다"라고 하셨고

사도 바오로는 이 정신을 받아

"우리는 모두 형제다"라고 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하나이신 하느님이

우리 모두의 아버지시기 때문에,

그 외아들 그리스도께서

우리 모두의 맏형 되시기 때문에,

또한 궁극적으로 그리스도 안에 완성되는

하느님 나라는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고향집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독생 성자이시면서

강생하시고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

구세주의 이 모든 행위는 바로 인류 세계를

일체의 차별을 초월하여 형제애로써

일치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때문에 그리스도는 "내가 너희를 사랑하듯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하셨고,

"아버지, 저 모든 이로 하여금 하나되게 하소서"라고

수난 전날 저녁에 간절히 기도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인은 이 사명을 다했습니까?

다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때로 그리스도인들은 반목과 질시,

대립과 분쟁에 빠져 있습니다.

그것은 복음을 전한다고 하면서,

사랑을 설교하면서,

참되게 사람으로 살줄을 모르고

형제애를 실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국민의 일치단결을 아쉬워합니다.

전 인류의 일치와 평화를 염원합니다.

오늘의 그리스도인,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도

스스로 십자가에 못 박힐 때 모든 이의 일치의 표지,

생명과 빛과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새 시대는 우리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새 시대는 우리에게

입으로만의 설교를 듣기를 원치 않습니다.

자유와 정의와 민주주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새 시대는

실로 그 바탕인 형제애를 요구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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