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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김수환 추기경

< 자유 의지 >

< 자유 의지 >

공중에 던진 돌은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서

반드시 땅에 집니다.

그런데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배신하는 것이

나쁘다는 법칙은

반드시 그렇게 지켜지지 않습니다.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선을 행하면 좋고

악을 행하면 나쁘다는 것을

모든 이가 아는데도

다시 말해 그런 법칙이

마음속에 다 새겨져 있는데도

우리는 기계처럼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선보다는

악을 행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른바

자유 의지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보편적

윤리 법칙이 있으면서

동시에 자유 의지가 있습니다.

그럼 그 자유 의지

혹은 자유란 무엇입니까?

모든 것이 우연히

그렇게 되었다고 말하는

이른바 유물론은

답을 줄 수 없습니다.

또 인간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것도

답이 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만들었으면

스스로 편리한대로

윤리 법칙을 변경하든지,

자유가 거창스러우면

소멸시켜 버리면 될 터인데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고문이나 세뇌 또는 견디기 힘든

윤리적 압력으로

자유의 힘을 억제할 수 있고

허위 자백을 받아 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마음속 깊이의 자유 자체를

말살하지는 못합니다.

혹독한 고문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가도

후에 정상으로 돌아오면

그 자백을 번복하는 데서도

잘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왜 이렇게

길고 따분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까?

내가 말하려는 골자는 이것입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천부적으로 주어진

도덕률이 있으며

자유 의지를 바로 써서

이 도덕률을 따를 때에

인간은 참된 인간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부언하면

천부적이란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떠나서는

사실 인간에게 어떻게

그런 도덕률이 있는지,

또 자유가 있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인간은 결국 도덕률을 통하여

당신을 드러내시는

하느님의 뜻을 살 때에 참 인간이 됩니다.

- 김수환 추기경 잠언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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