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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사도3.11-26.루카24.35-48)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아무 것도 아닌 우리 인간들과 끝까지 접촉하시고 소통하시는 주님!

초세기 교회 부활하신 예수님에 대한 믿음 여부는 참으로 큰 관건이고, 그에 대한 합당한 교리적 설명은 너무나도 큰 과제였습니다.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했던 특별하고 기이한 예수님 부활 사건이었기에 일반 대중은 물론 예수님을 추종했던 사도들조차도 믿음을 지니기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이런 우리를 향한 부활 예수님의 태도는 참으로 자상하고 친절합니다. 배신과 불신, 완고한 제자들의 마음에도 예수님께서는 결코 분노하지 않으십니다.

제자들 앞에 발현하실 때 마다 먼저 평화의 인사를 건네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뿐만 아닙니다. 치욕과 수모, 혹독한 고통의 흔적인 당신의 오상, 저 같았으면 절대 누구가에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을 손과 발의 깊은 상처를 제자들에게 보여주십니다. 더 나아가서 만져보라고 손과 발을 내어주십니다.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어디 그뿐인가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먹을 것이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제자들은 우선 급한 대로 자신들이 먹고 남은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립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보는 앞에서 물고기 한 토막을 드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제 또 다른 존재 방식을 사시는 분이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시는 분, 어디에나 등장하시는 분입니다. 그까짓 물고기 한 토막 드셔도 되고 안 드셔도 되는 분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부활이 참된 것임을 제자들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보잘 것 없는 물고기 한토막을 그들 앞에서 야무지게 잡수신 것입니다.

참으로 자상하고 친절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하느님,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실 부활 예수님께서, 한 인간이 건네시는 구운 물고기 한토막을 드셨습니다.

아직도 의심과 불신으로 가득 찬 제자들에게 부활의 기쁨과 영광을 전하기 위해, 한 인간과 마주앉아 인간의 음식을 드신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겸손이요 크나큰 자기낮춤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제 부활 이전의 예수님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분이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시고, 육의 세계를 넘어서신 분이십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아직도 갈길이 먼 제자들, 신앙의 깊이가 얕은 제자들을 영적동반하시기 위해 또 다시 자신을 낮추십니다. 인간들 사이로 육화하십니다.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인 인간들과 친히 접촉하시고 소통하십니다. 그들이 건네는 하찮은 물고기 한 토막을 맛있게 받아 드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배반자요 불신자이며, 먼지요 티끌인 우리 인간 존재를 끝까지 존중하십니다. 함부로 대하지 않으시고 지극정성으로 사랑하십니다. 또 다시 우리를 당신 구원 사업의 파트너로 선택하십니다.

그런 그분의 뜨거운 사랑은 불신과 의혹 투성이인 제자들의 눈을 뜨게 하십니다. 그들의 나약함을 강건함으로 바꾸십니다. 마침내 그들을 주님 부활의 당당한 증인으로 서게 하십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