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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과 한국교회

교회 사목활동 의사 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와 역할 늘려야

교회 사목활동 의사 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와 역할 늘려야

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여성소위원회가 2022년 11월 22일 ‘시노달리타스와 교회 여성’을 주제로 정기 세미나를 열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여성 대의원 54명 처음으로 투표권 행사

† 평화를 빕니다.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선교(사명)·참여를 주제로 하는 세계주교시노드 16차 정기총회 본회의 제1회기가 2023년 10월 29일 폐막했습니다. 그리고 대의원 투표를 거쳐 선정된 20개 안건을 담은 「종합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이 시노드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 중 다섯 번째로 열린 주교시노드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시노드 여정의 본질은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기본 진리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시노드 여정의 목표는 하느님의 뜻을 경청하고,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에서 시노드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경청과 대화는 2021년 10월 ‘아래로부터’라는 유례없는 방식으로 개막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교구와 본당의 의견 수렴을 거쳐 아시아·아프리카·미국·중동 및 오세아니아 등 대륙별 성찰 단계로 이어진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번 시노드 특징으로 눈에 띄는 것은 친환경을 표방해 태블릿을 사용함으로써 종이 낭비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진행됐으며, 총 464명의 시노드 대의원 중 365명은 주교들이고, 54명은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여성들이 참여한 점입니다.

물론 1962년 10월 개막해 1965년 9월 14일 폐막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처음 평신도의 사도직 활동을 다룬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16개의 의안 중 하나)을 채택하면서, 평신도의 역할과 남녀평등의 내용을 천명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 시노드 총회에서 논의된 내용에 대해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시노드 활동의 기본 문서인 의안집은 앞서 교구 및 대륙별 단계에서 도출된 의견의 종합된 결과이자 전쟁·불평등·가난·학대의 상처로 고통받거나 여성과 평신도의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교회의 언어를 쇄신하도록 요청하는 전 세계 교회들의 경험을 녹여낸 문서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과 비슷하게 하느님의 모습으로, 그렇게 남자와 여자로 창조되었다. 처음부터 창조는 인간의 공유된 하나의 본성, 하나의 소명과 하나의 운명, 그리고 두 가지의 구분되는 경험을 남성과 여성에게 부여함으로써 일치와 다양성의 특징을 나타낸다. 어머니는 가정 안에서 첫 번째로 신앙을 전하는 선교사이다. 교회가 사목·성사적 관점에서 더욱 여성을 이해하고 동반하도록 교회에 요청한다.”

교회 내 구역장·반장 80% 이상이 여성

너무나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2017년부터 본당에서 ‘함께하는 여정 예비자교리’ 봉사를 5년간 하고, 2년 동안 구역 반장과 구역장으로 봉사했습니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한강본당 여성총구역장으로 봉사하고 있는데, 그간 느낀 점은 한국 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당과 단체에서 활동하는 신자 구성원을 보면 여성 신자가 70% 이상으로 추정되고, 교회 내 구역장과 반장의 80% 이상이 여성 신자입니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의 유교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교회 안에서 의사결정 과정 역시 여성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 3월 18개 지구 여성총구역장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회의 삶과 선교 안에서의 여성’, ‘축성생활, 교회 내 참여 조직과 평신도 단체’를 주제로 월례회의가 열렸습니다. 시노달리타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는데, 미사를 주례한 서울대교구 사목국장 김연범 신부님의 말씀이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를 도왔습니다.

“서로 경청하고, 대화하고 나눔을 통해 성령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엇보다 “답을 끌어내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래 문제가 생기면 정답을 찾고,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발언을 제지하곤 했던 습성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3월 26일 1지구 여성총구역장 시노달리타스 모임에서 허심탄회하게 여성총구역장들이 의견을 내놓았는데, 이는 여성 성체 분배자와 여성 부제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여성총구역장들은 본당에서 국수를 삶는 등 허드렛일을 주로 여성 쪽에서 맡아서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주변에서 어르신들이 주로 “성당 다니는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의사를 표현할 때도 자신의 주장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인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십니다. 가정이라는 신앙 공동체에서 아이들의 양육과 의사토론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어머니입니다. 이는 예수님의 어머니셨던 마리아의 모상을 많이 닮은 여성 신자들의 긍정적인 삶의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마리아의 모상’ 닮은 여성 참여 넓혀야

교회의 사목활동 안에서 여성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사목적 돌봄과 직무의 책임자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교황청의 책임자 자리에 여성의 수를 대폭 늘렸습니다. 이는 교회 삶의 다른 차원에서도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시노드에서도 처음으로 54명의 여성 신자가 투표권을 행사했습니다. 한국 교회의 사목활동 안에서도 갈라티아서의 말씀처럼 남성과 여성의 평등이라는 보편성 안에서 여성들이 반장·구역장의 역할뿐 아니라 사목위원들의 역할도 늘려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교회 내에서 여성의 역할을 넓혀가려면 ‘여성 부제직’과 ‘여성 부제 양성교육’에 대한 논의 및 연구와 함께 신학 연구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여성들이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할과 더불어 그 양성 과정에도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현재 전례문과 교회 문헌은 남성과 여성을 동등하게 배려하는 언어를 사용하도록 권고해야 하며, 여성의 경험에서 나오는 단어·표현·이야기들이 많이 포함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성이 교회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교회가 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교회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평신도 여성들을 위하여 교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여성 인재를 찾아 양성하고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 안에서 봉사하고 싶은 여성들이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 교회는 30~40대 여성 신자 수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직장에서 여성의 유연한 근무시간과 배우자 공동육아의 당위성을 인지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여성이 육아에서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으며 자연스럽게 교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늘어날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자모회 명칭도 학부모회로 바뀌어야 부부의 공동육아 및 자녀 교육, 여성의 교회 참여를 위해 나아가는 길이 될 것입니다. 또한 각 지역 교회는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상황에서 더욱 소외되어 가는 여성들의 어려움을 경청하고 동반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노드 총회는 하느님 계획의 심오함을 잘 이해하고 남성과 여성이 대화를 통해 교회를 발전시키기를 원하며, 그 계획 안에서 모두가 종속과 배제, 경쟁이 아닌 공동의 책임성을 가지고 친교를 이루며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다인도 그리스도인도 없고, 종도 자유인도 없으며,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여러분은 모두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나입니다.”(갈라 3,28)

 

엄선미 그라시아

(서울대교구 제1지구 여성총구역장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