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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

교회는 왜 정치적 변화에 민감한가

교회는 왜 정치적 변화에 민감한가

 

'한반도 분단 극복과 화해를 위한 교회의 역할' 세미나 - 2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산하 평화나눔연구소 9주년을 맞아 '한반도 분단 극복과 화해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진행했다.

앞서 두 주제 발표에서는 한반도 분단이 한국 사회 정치 지형,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세 번째 발표는 임을출 교수(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토론은 박동호 신부(서울대교구), 도지인 교수(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최현아 연구원(한스자이델재단), 이보나(이문동 성당, 전 청년연합회) 씨가 맡았다.

(세미나1 바로 가기)

화해와 일치 위한 노력, 대북 지원 중요

“교회, 정치적 변화에 너무 민감하다”

임을출 교수는 한반도 화해와 일치를 위한 여러 노력 가운데 ‘대북 지원’을 강조하고, 누적된 불신으로 적대와 불신이 악순환하는 상황에서 작은 신뢰라도 쌓는 방법은 대북 지원이며, 그것이 교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제안했다.

한국 교회의 북한 선교와 천주교회 재건 차원의 북한 방문 경험이 많은 임 교수는 “북한 실상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였다. 북한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하고 효과적 수단은 대북 지원”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대북 지원 활동을 위해서 특히 개신교의 경험을 듣고, 다른 종단과 서로 시너지를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는 대북 지원에 대한 교회 내 공감대 형성이지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교회 내 공감대 형성은 이미 시작됐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공감대의 핵심은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북한에 대한 정보 지식 어떻게 접하느냐다. 현재 (왜곡돼) 전달되는 정보를 대다수 신자가 그대로 접하기 때문에 이를 방치하면 절대로 공감대가 이뤄질 수 없다.”

그는 공감대를 위한 정보 전달 측면에서 “북한을 두둔하자는 것도, 일방적으로 이해시키자는 것도 아니”라면서, “적어도 있는 그대로 북한을 보고 이해하자는 것이다. 그 노력을 교회가 지금이라도 해야 한다”며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임을출 교수는 교회가 정치적 변화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태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신앙을 가진 교회는 악순환의 원인을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일반 사회의 현상을 교회도 그대로 흡수해 버린다. 그런 면에서는 사제들도 용기가 없다”고 지적하고, “교회는 세상과 조금 떨어져 있으면서 오히려 중요한 평화 담론을 주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임 교수는 무엇보다 북한 인권 문제는 교회가 더욱 정면에서 다뤄야 한다면서, “북한 인권을 바라보는 관점은 오늘 주제인 분단과 관련해, 분단의 가장 큰 피해자는 북한 주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그 피해의 결과가 오늘날 열악한 북한 인권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이 열악하다는 그 모습만 보면 안 된다. 분단이 어떻게 발생했고 전개돼 왔으며, 어떻게 정치적으로 악용돼 왔는지 봐야 한다. 그렇게 봐야 북한 인권이 제대로 보이고 해법도 보이고, 교육의 역할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

그는 교회가 한반도 화해와 일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단을) 역사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특히 교회가 하고 있는 새터민 지원 활동을 더 체계적으로 하고, 새터민과 교류, 연대, 협력만 제대로 해도 교육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평화나눔연구소 9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세미나 2 세션에서는 한반도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함께 모색했다. ⓒ정현진 기자

교회, 포괄적이고 균형 있는 인권 의식 다시 살펴야

이어진 토론에서 박동호 신부는 최근 가톨릭교회가 세계적 사회 현안으로 꼽는 문제가 “불평등의 심화, 평화의 위기, 생태 재앙”이며, 특히 한국 교회는 이 세 가지 문제를 고스란히 현안으로 안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분단’과 관련한 공동선과 평화 구축은 '복음의 기쁨'에서 말하는 복음화 사명의 가장 중요한 현안이기도 하다는 그는 '모든 형제들'에서 이르는 대화의 촉진자 또는 초대자로서 교회가 새터민에 대한 재정과 법률, 사목적으로 지원하는 구체적 운동을 펼치는 것을 제안했다.

박 신부는 우리 사회 내 인권 의식이 가톨릭교회가 말하는 인권과 부합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북한 인권을 말할 때 가장 안타까운 것이, 인권은 인간 존엄의 발현임에도 이른바 자유 영역에서의 권리, 정치적 자유, 시민권 수준의 기준으로 북한 인권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교회 관점에서 한국은 평등권, 연대권 영역에서 볼 때, 인권 수준이 가장 형편없는 나라에 속한다. 그런데도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정치적 권리, 시민권 수준에서 열악하다고 말하는 것에 자족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현실적 진단 아래에서 교회는 인권에 대해 포괄적이고 균형 있는 인권 의식을 다시 살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탈북민 양성 평등 인식 제고 위한 협력

도지인 박사는 북한 인권과 관련해 교회가 어떠한 몫을 선점할 것인가에 대해, 탈북민과 관련한 양성 평등 문제를 짚었다.

양성 평등을 탈북민 문제와 연계한 지속 가능 개발 목표 중 하나로 본 그는 “북한의 양성 평등 개념이 한국 사회의 개념과 많이 다르고 북한의 특수한 정치적 또는 이념적 영향이 작동하기 때문에 국제 사회와 교류, 대화에 매우 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 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을 보면, 스스로 성/젠더 차별을 답습하고 내재화하는데, 그것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도록 도와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도 박사는 가톨릭교회 역시 보수적이고 남성 우위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이런 교회가 양성 평등 쟁점을 선점한다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가톨릭교회가 이 양성 평등 문제에서 소극적 입장을 벗어나 양성 평등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와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남북 교류 정상화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체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면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북한이 갖는 체제 위협, 안보에 대한 우려를 이해할 수 있다. 남한에서도 북한을 이해한다고 해서 친북, 종국이라는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재앙 열외 지역’ 북한, 환경과 생태 관점으로 다르게 보기

최현아 연구원은 북한을 “기후 재앙 열외 지역”으로 보고, 북한이 대외 협력을 통해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적극 노력을 해 왔다고 설명하면서, 환경과 생태 측면에서 북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교회 역할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가 가능한 가톨릭교회가 ‘중재 기관’으로서 ‘인식 제고’ 활동을 추진할 것과 통일 또는 남북 교류 협력과 관련해 미래 세대가 ‘자신의 일’로 여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제안했다.

교회가 청년에게 희망을 알려줄 때, 평화는 더불어 올 것

이보나 씨는 교회 내 청년 활동 경험을 통해 한반도 화해와 일치, 평화를 위한 청년의 역할과 관련해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평화를 위한 청년들의 역할을 이야기하기 앞서,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말하면서, “기성 세대에게 청년들은 공동선을 위해 참여하지 않는 세대로 인식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경쟁과 갈등을 겪으며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평화란 ‘심신의 평화’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전했다.

이보나 씨는 “평화는 다양성의 공존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청년들은 자신의 정체성이나 다양성을 존중받거나 인정받지 못한다는 인식 속에서 이미 평화가 깨진다고 여긴다”며, “MZ세대로 대표되는, 청년들에 대한 편파적 평가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을 ‘무엇을 하지 않는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곁에 서 있을 수 없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가톨릭교회의 보수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재 청년들은 다양화, 세분화되어 있다고 말하며, “교회가 다양성을 충분히 존중해 줄 수 있는 태도를 보여야 청년들도 이에 응답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가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에 회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교회 밖의 세상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경 통독을 통해 희망이라는 단어를 처음 체감하면서 신앙인으로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희망이라고 생각했다”며, 교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심어 준다면, 미래를 생각하고 화해와 일치의 현실은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들이 통일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말하기 전에 교회가 희망과 미래를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생각과 시야를 확장할 기회를 마련할 때, 그다음에야 통일이라는 담론을 나누고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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