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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

[시사진단] 내란과 희년(박상훈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시사진단] 내란과 희년(박상훈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12·3 내란이 아직도 수습되지 않은 채 우리 한가운데를 지나가고 있다. 국민을 살해할 수 있는 폭력과 테러는 물론 전쟁까지 도발해 독재를 준비한 쿠데타 세력이 오히려 내란을 정당화하고 법치를 떠드는 지경이 됐다. ​국무위원들과 여당을 포함해 국가기관 엘리트들, 극우 사회종교 기득권층과 단체들도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내란 범죄를 옹호하며 돕고 있다. 이 내란은 윤석열 대통령의 단독 범죄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깊게 퍼져 있는 광기와 허위·악의 공모다.​지난달 성탄 대축일 전야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문(聖門)을 두드리며 2025년 희년의 개막을 알렸다. 이때 봉독한 복음이 요한 복음.. 더보기
희망의 을사년 희망의 을사년​‘을씨년스럽다’는 뭔가 어감부터 스산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도 ‘날씨나 분위기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이다. ‘을사(乙巳)년’에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그 뒤로 사람들이 ‘을사년스럽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씨년스럽다는 말은 결국 민중의 관점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좋지 않은 일이 외침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든, 위정자의 실정으로 벌어졌든 그 고통과 치욕은 대부분 민중의 몫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우리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을사년은 1905년이다. 조선이 일본 제국주의 세력에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조약(제2차 한일협약)이 있었던 해이다. 고종이 일본의 강압에 억지로 조약에 서명했다는 점에서 을사늑약(勒約)이라고도 한다. ​일본은 1.. 더보기
<미움의 안경과 사랑의 안경> ​ ​ 미움의 안경을 쓰고 보면똑똑한 사람은 잘난 체 하는사람으로 보이고착한 사람은 어수룩한 사람으로 보이고얌전한 사람은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이고활력 있는 사람은 까부는 사람으로 보이고잘 웃는 사람은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고예의바른 사람은 얄미운 사람으로 보이고듬직한 사람은 미련하게 보이나​♠사랑의 안경을 쓰고 보면♠잘난 체 하는 사람도 참 똑똑해 보이고어수룩한 사람도 참 착해 보이고소극적인 사람도 참 얌전해 보이고까부는 사람도 참 활기 있어 보이고실없는 사람도 참 밝아 보이고얄미운 사람도 참 싹싹해 보이고미련한 사람도 참 든든하게 보인답니다.​- 좋은 글 중에서 더보기
주여 어디로 임하셨나이까 주여 어디로 임하셨나이까​예수 오신 날입니다. 간밤 예수께서는 어디로 내리셨을까요. 그냥 사람의 마음으로 헤아려보면 내릴 곳이 마땅치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늘에는 주술사들의 삿된 주문이 떠돌고, 땅에는 음모의 살기가 자욱합니다. ​더욱이 거룩한 날에도 친위쿠데타를 옹호하는 무리가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저들이 감히 십자가를 들고 예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계엄령 선포가 하느님의 나라를 살리는 일이라고 악을 쓰고 있습니다. ​전쟁과 폭력을 선동하는 사탄을 향해 그저 아멘과 할렐루야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코 ‘십자가 군병’이 될 수 없건만 저들은 알지 못합니다. 어쩌다 그리스도교가 아스팔트 위로 끌려나와 극우세력의 뒷배가 되었을까요.​이상한 것은 이런 포악한 행태를 다른 교회들(특히 대형교회.. 더보기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자 경향신문 ‘[여적]한강의 ‘언어’와 계엄’을 재가공하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이 우원식 국회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하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가장 어두운 밤에도 언어는 우리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묻고, 언어는 이 행성에 사는 사람의 관점에서 상상하기를 고집하며, 언어는 우리를 연결한다.”​한강 작가가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 후 연회 연설에서 밝힌 소감이다. ‘사유하는 존재’ 인간은 언어로 표현되고 기록된다. “생각이 자라나는 영혼의 피”(비트켄슈타인)인 언어는 기록으로 남아 시공을 초월해 인간을 잇는다. ​연결된 언어는 인간을 각성시키고, 그 힘 앞에서 어떤 거짓도 무력하다. 인간은 ‘말’로 이루어져 있다.​비상계엄 그날(3일) 밤 시민들은 연결된 인간.. 더보기
정치를 위한 정치와 이별할 결심 정치를 위한 정치와 이별할 결심​지난 3일 발생했던 대통령의 ‘반헌법적 친위쿠데타’가 대한민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신속한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한국 사회와 경제는 큰 혼돈에 빠질 수 있다.​미국의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은 대외적 불확실성을 이미 고조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로 인해 내수 부진과 수출둔화가 겹쳐,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줄을 이었다. ​한국은행은 11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2025년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낮췄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으로 해외 주요 투자은행 8곳의 한국 경제 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한 달 전 2.0%에서 1.8%로 하락했다.​트럼프 행정부는 제1기 때와 마찬가.. 더보기
윤석열 탄핵 표결 불참한 국힘 의원 105명(+사진, feat.한동훈) 윤석열 탄핵 표결 불참한 국힘 의원 105명(+사진, feat.한동훈)​​원고료로 응원하기150 33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2024년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 105명을 사진과 함께 공개합니다. 국민의힘 안철수(성남 분당갑), 김예지(비례), 김상욱 (울산 남구갑)의원을 제외한 105명의 표결 불참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에 미달돼 자동 폐기됐습니다.​국민의힘 의원 105명의 사진과 이름을 모았습니다(권역별, 가나다순).​ⓒ 김지현 더보기
사상계 복간 사상계 복간​사상계(思想界)는 1950~1960년대 지성인의 필독서였다. 장준하 선생(1918~1975)이 사재를 털어 1953년 4월 창간한 사상계는 해외 문예사조의 수입 통로였고 지식인들의 활동 무대였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민주·양심 세력을 대변했다. 꺾이지 않는 필봉은 4·19혁명 기폭제가 됐고, 5·16쿠데타 이후엔 박정희 독재에 맞섰다. ​장준하 선생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 투철했다. 그는 사상계 창간호 권두언에서 “인간은 복잡하고도 명료한 언어를 사용하며, 개념적 추상적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갖고 있고, 그 목적 실현을 위한 의지적이며 적극적인 활동과 반성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잡지 수준을 넘어 시대의 좌표라는 찬사를 받았던 사상계가 내년 2월 재창간된다. 1970년 5월호에 김지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