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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生 신앙의 나그네 길

<뿌리의 공덕>

<뿌리의 공덕>

벌써 한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잎새 하나 없이

앙상하게 서 있는 나무나

말라 뻗어져 있는 풀들이

저런 죽고 썩은

모습 속에서 멀지 않아

그 눈부신 소생을

이룰 것을 생각하면

신비롭기 한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저러한 초목들의 눈에

보이는 소생에만 감탄하고

그 소생 뒤에 숨어서

겨우내 땅속에서

초목의 생명을 보존하고 유지해 온

뿌리의 공과 덕은 잊기가 쉽다.

너무나 명백한 얘기지만

봄에 싹이 나고 여름에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아니 그 모든 땅 위에

삶이 정지된 이 겨울에도

땅 밑 뿌리의 활동이 없이는

저 부활의 신비를

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생명은 대번에 죽고 만다.

이렇듯 우리 세상살이란 것도

눈에 잘 보이는

사람이나, 일이나, 그 노력이나,

성과만으로 유지되고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뿌리와 같은

더 많은 사람들의 일과,

그 노력과, 성과로써

유지되고 발전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이치는

우리 삶의 가장 기본인

의식주의가 어떻게 해서

마련되는가를 곰곰이 살펴보면

쉽게 알아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뿌리에게서

삶의 참모습도 배우고

또 그런 삶의 존귀함과

감사함을 함께 깨우쳐야 한다.

- 구 상 수필집 <우리삶, 마음의 눈이 떠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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