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난도의 생을 감사합니다.>
신달자 칼럼
우리는 하느님께 기도하며 무엇을 바라는 것일까. 아마도 큰 어려움 없이 살다가, 쉽게 성공하고 사회적 지위를 얻게 되기를 바라겠지.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도 쉽게 만나 결혼에 성공하고, 자식들도 얻고, 그 아이들이 아무런 속도 썩이지 않고 무탈하게 자라주고, 또 바라는 것보다 공부도 잘해서 좋은 대학에도 척척 들어가 주고, 훗날 마음에 꼭 차는 상대를 골라 결혼해서 잘 살아준다면 바랄 것이 없겠지.
세상에 태어나 걱정이라곤 없이 행복을 누려온 사람을 보고, 우리는 팔자가 좋다며 부러워한다. 얼마나 좋겠는가.
마음 상할 일은 아예 처음부터 없고, 그래서 병도 없고, 후회할 일도 없고, 마음먹은 대로 척척 되기만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하나만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모두 그와 같이 되게 해 달라고 더욱 적극적으로 기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거리에서 걸인에게 천 원짜리 한 장 내밀었을 때, 지하철에서 어르신에게 자리를 양보했을 때, 친구의 설움을 다정하게 들어줄 때, 마지막 남은 몇 장의 지폐로 점심을 굶은 친구에게 국밥 한 그릇 사줄 때…. 우리 모두는 자신의 복을 바라며 그랬던 것은 아닐까.
내가 아니라면, 내 자식이라도 조금 더 잘되길 바란다는 어떤 애원이 들어있지는 않았을까. 우리는 근심 없이 모든 것들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래, 정말 그 어떤 근심도 없이 말이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우리가 천사에게 자랑할 만한 것이 있다면’ 적어 내라는 과제였다. ‘천사’야말로 그 어떤 근심 걱정도 없이 하얀 날개를 가지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천국의 주인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천사처럼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미워하거나 질투할 사람도 없고, 돈 많은 사람도 부럽지 않은 천사. 그런 천사에게 이것은 우리가 더 좋다고 자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나 할까?
나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말해라, 붉은 모자를 쓴 학생. 너는 무어라 생각하느냐. 그래, 초록 머리띠를 한 너는 무엇이라고 하겠느냐…. 나는 학생들을 하나씩 일으켜 세워 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설명했다. 천사는 하늘을 날 수 있고, 순결하고,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고, 절대적 존재잖아. 이 모든 것을 갖춘 천사에게 우리 인간이 자랑할 만한 무엇이겠니. 그런 무언가가 있을까.
나는 열을 올리며 묻고 또 물었다. 어안이 벙벙했던 학생들이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천사는 짝이 없어요. 천사는 친구가 없어요. 천사는 연애를 할 수 없어요. 천사는 부모님이 없어요. 천사는 쇼핑도 못해요. 천사는 엠티(MT)도 못가요. 천사는 울지도 못해요. 천사는 악을 쓰며 고함을 지를 수도 없어요….’
학생들은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내가 왜, 무엇을 묻는지 서서히 이해하는 것 같았다. 어떤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천사도 뽀뽀하나요?”
“선생님, 천사도 술 마시나요?”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이렇게 학생들의 상상력이 하늘까지 뻗어 가노라면, 천사의 삶도 별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미치겠지.
“선생님, 천사 안 할래요. 별 재미없는 삶인 것 같아요”
그래. 천사는 우리들처럼 가난해서 울기도 하고, 연애가 깨져 가슴을 칠 일도 없을 거야. 엄마를 잃은 친구가 있고, 아빠가 직장에서 해고당한 친구도 있고, 그래서 가족이 함께 사랑하며 새롭게 시작하려는 마음도 천사에게는 없을 거야.
실연해서 울어본 적도 없겠지. 통곡을 하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일도 없겠지. 너무나 애인이 그리워 찾아간 그 집 앞에서 가슴을 태우는 일도 없겠지. 주머니가 가벼운 친구에게 밥 한 그릇 사줄 일도 없겠지.
자, 생각해 보자. 우리가 살면서 지긋지긋하게 피하고 싶은 자질구레한 일상들, 때론 창피하고 초라한 우리의 생활이 천사와 비교하면 얼마나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것이냐. 그러니 우리는 지금부터 고독과 외로움도 감사하자. 눈물도 미움도 감사하자. 알았지. 하느님이 지금 계신다.
- 가톨릭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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