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후
6월 5일 환경의 날을 지냈는데, 우리는 지구 안에서 지구와 함께 지구를 통해서 산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기후 안에서 기후와 함께 기후를 통해 산다. 생태적 진리는 단순하고 명확하다. 흙과 물과 빛과 바람, 지수광풍(地水光風)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우리는 물론 모든 생명체가 생존할 수 없다.
이 지수광풍이 서로 작용해 발생하는 기후는 지구 현상으로서, 우리의 존재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기후를 떠나서는, 곧 기후 밖에서는 우리 가운데 어떤 사람도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후가 변하고 기후위기가 발생하고 이상기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변하고 위기에 처해 있으면서 이상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기상청이 2024년 4월에 발표한 「2023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장마철에 남부 지방에 내린 강수량이 712.3mm였다. 이 지역에서 내린 연간 강수량을 측정한 이래 가장 많은 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비가 내리기 전에 남부 지방은 2022년부터 227.3일간, 광주·전남 지역은 281.3일간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남부 지역의 가뭄은 우리나라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래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우리나라 전국 평균기온이 3월에 9.4℃였고, 9월에는 22.6℃였다. 이 기록은 1973년 이후 모두 가장 높은 것이었다. 9월에도 한여름 무더위가 계속돼서 열대야 현상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 온열질환자 2818명이 발생했는데, 2022년 1564명에 비해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2월 평균기온은 평년 기준 1.6℃ 높았고, 3~4월 평균기온은 2.4℃ 높았다. 11월에 하루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날과 가장 낮았던 날의 기온 차는 19.8℃(5일 18.6℃, 30일 -1.2℃), 12월에는 20.6℃(9일 12.4℃, 22일 -8.2℃)로 나타나면서, 1973년 이후 기온 차가 가장 큰 것으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는 극단적인 기온 상태, 곧 ‘이상기후’ 상황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같은 이상기후 현상은 필연적으로 개화 시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로 식물 계절 관측을 시작한 홍릉 시험림 내 66종의 평균 개화 시기가 50년 전(1968~1975년)에 비해 14일, 2017년 대비 8일 빨라졌고, 모감주나무, 가침박달, 회양목 등의 개화 시기는 20일 이상 빨라졌다.
2023년 김장철에 배추 가격이, 올해에는 사과, 배, 귤, 파 등 과일값과 채소값이 급격하게 올랐는데, 이상기후가 그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아마존과 미국과 유럽 등 지구 전역에서 기후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2040년에는 전지구의 60% 이상 지역에서 이같은 열대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후를 우리 밖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생각한다.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그 방법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기후와 자기를 구분해서 접근하고는 한다. 하지만 창세기 2장 4-7절이 증거하듯, 우리가 신토불이(身土不二)고 그러므로 ‘내가 지구’인 것이 생태 창조 신학적 진리라면, 내가 기후다. 실제로 기후가 다르면 사람의 피부색부터 시작해서 생활 방식도 성격도 사고방식도 다르게 나타나지 않는가.
이웃 나라 도시 중국 베이징은 2023년 여름 51°C에 달하는 초고온 사태를 겪었다. 우리나라에서 51°C까지 올라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지진(地震)은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사태라면, 이상기후는 하늘의 균형이 깨져서 하늘과 하늘 아래 모든 생명체들을 덮치는 ‘천진'(天震)과도 같은 파국적 현상이다.
이것은 자기의 존재가 깨져서 더 이상 생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우리는 이 이상기후, 이 기후위기가 자기에게 그리고 우리 뒤에 오는 세대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사는가?
글 _ 황종열 레오(가톨릭꽃동네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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