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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는 몸도 살아 있지만 영혼도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아모2.6-10.13-16.마태8.18-22)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는 몸도 살아 있지만

영혼도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오늘 우리가 봉독한 마태오 복음, 마지막 대목이 계속 제 마음 안에서 메아리 칩니다.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치르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8,22)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치르도록 내버려 두라니! 이런 얼토당토않은 궤변이 다 있나? 대체 예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가? 죽은 이들은 더 이상 육체도 없는데 염은 누가 하고, 상여는 누가 들고? 조문객 접대는 누가 하고, 음식은 누가 만들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죽은 이 안에는 육체적으로 죽은 이도 있지만, 영적으로 죽은 이도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죽은 이도 있고 심리적으로 죽은 이도 있습니다.

따지고 보니 빛이요 진리이신 예수님, 영원한 생명의 근원이요 구원의 보루로 오신 예수님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 역시 죽은 이들입니다. 생명과 구원의 길을 뒤로 하고 어둠과 죽음의 길을 선택한 이들 역시 죽은 이들입니다.

돌아보니 저도 한때 죽은 이처럼 살아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 숨은 쉬고 있었지만 거울을 들여다보면 영락없이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영혼 없는 얼굴, 총기가 사라진 눈동자, 아무런 희망도 기쁨도 느끼지 못하던 죽은 이의 나날이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은 붙어 있지만 죽은 이처럼 살아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위안이 되는 것은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당신도 죽은 이처럼 존재하던 순간이 있었노라고 고백하셨습니다.

“저에게도 대단히 황폐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저도 매우 황폐한 시기, 어둠의 때를 지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미 제가 죽었다고 믿었습니다. 당시 저는 고해 사제였습니다. 그러나 패배감에 젖어 있었습니다. 그토록 견디기 쉽지 않았던 시기에 저는 계속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보상을 받았습니다. 기도는 출구를 일러줍니다.”

죽음 전문가셨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여사께서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씀을 우리에게 남기셨습니다.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십시오. 삶에서 가장 큰 상실은 죽음이 아닙니다. 가장 큰 상실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우리 안에서 어떤 것이 죽어버리는 것입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십시오.”

그리 길지 않은 우리네 삶이기에 매일 되풀이해야 할 노력이 한 가지 있습니다. 우리 삶의 질에 대한 지속적 반성과 성찰입니다. 오늘 나는 참으로 살아 있었는가?

열심히 숨 쉬고 삼시 세끼 제때 밥 먹으며, 분명히 살아있었지만, 이미 내 안에서 어떤 것들이 죽어버린 것은 아닌지? 육체는 버젓이 살아있지만, 영혼이나 정신이 이미 소멸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그래서 더욱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들의 육체는 점점 노쇠해지고 소멸되겠지만, 우리들의 영혼과 정신은 더욱 견고해지고 강건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들이 아무리 열악하고 비호의적이라 할지라도, 또 일어서고 또 넘어서겠노라고.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는 몸도 살아 있지만 정신도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육체도 살아 있지만 영혼도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결국 주님 안에, 그분의 성령 안에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