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3주간 화요일
(아모3.1-8;4.11-12.마태8.23-27)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왜 이리 더디 오십니까? 대체 어디 계시니까?
신앙 안에서 불변의 진리가 하나 있습니다. 주님의 시계 바늘과 인간의 시계 바늘의 속도가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시편 작가의 말씀처럼 주님께는 천년도 하루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느끼기에 인간은 너무 조급하고 성급한 반면 주님 측의 반응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리고 더딥니다. 그러나 그분의 시계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갈릴래아 호수에서 큰 풍랑을 만나 허둥지둥 대던 제자들의 모습과 뱃고물을 배게삼아 주무시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이 크게 비교되고 있습니다.
높은 파도에 배가 기우뚱거리고 배 안에 물이 가득 차게 되자 제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입니다. 비상 사태를 맞아 제자들은 업무를 분담했을 것입니다. 한 제자는 더 세게 노를 젓고, 다른 제자는 배 안에 고민 물을 바가지로 퍼내고, 또 다른 제자는 배의 방향을 잡아주고...
다들 한번 살아보려고 난리법석을 피우고 있는 순간, 제자들은 기가 차지도 않은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 야단을 피우는 와중에 스승님께서 쿨쿨 주무시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럴 만도 했을 것입니다. 계속되는 강도 높은 전도 여행에, 끝도 없이 밀려드는 군중에, 예수님의 육체는 과부하가 걸렸을 것입니다. 어디 앉기만 앉으면 꾸벅꾸벅 조셨을 것입니다. 저도 그런 체험을 해봤기에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기가 차지도 않았던 제자들이 예수님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그리고 볼맨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마태 8,25)
조급한 제자들에 비해 예수님은 한없이 느긋하십니다.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제자 교육을 단단히 시키십니다. 생명의 주인이신 주님, 하늘과 바다를 다스리시는 주님과 함께 있으면서도 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이윽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이 어떤 분이신지, 당신의 신원, 당신의 정체성을 말과 동시에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십니다. 그분께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시니, 즉시 풍랑이 잔잔해졌습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돌아보니 저도 참 믿음이 약했습니다. 주님의 시간이 되면 그분께서 어련히 알아서 해주실텐데,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했습니다. 왜 이리 더디 오시냐고, 대체 어디 계시냐고, 투덜거리고, 갖은 불평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조급한 마음을 떨치고 좀 더 너그럽고 큰마음을 주시도록 주님께 청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항상 나와 함께 하신다는 진리, 그분께서 내 안에 언제나 현존하신다는 진리, 그분께서 내 인생 여정에 굳건히 동반하신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오늘의 福音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 (1) | 2024.07.04 |
---|---|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0) | 2024.07.04 |
<진정으로 살아 있는 존재는 몸도 살아 있지만 영혼도 살아 있는 존재입니다!> (1) | 2024.07.01 |
연중 제13주일 교황주일 (0) | 2024.06.29 |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0) | 2024.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