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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두 가지 컨트롤>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역
감정을 단속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욕심 제어 능력이라 하겠다.
우선 먼저 역감정의 단속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종교적 교훈을 쳐들 것도 없이 흔히들 "인간의 행·불행은 그 사
람 마음 하나 잘 쓰고 못 쓰는 데 달려 있다."고들 말한다. 이럴 때
의 마음이란 인간 마음의 내용인 지(知)·정(情)·의(意)중 정(情),
즉 감정의 측면을 더 많이 가리키고 있다 하겠다.
그런데 실로 이 인간의 감정이란 제멋대로요, 간사한 것으로 그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고양이 눈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자기 체험으로 아는 바다.
가령 항상 가정에서 대하는 웃어른의 훈계나, 직장에서 듣는 상사
의 똑같은 주의도 심기(心氣)가 좋을 때 들으면 당연하고 순순하게
들리지만, 어떤 때 마음이 찌뿌드한 상태에서 들으면 거역반응이 나
타나서 불손한 태도마저 취할 때가 있다.
또 자기에게 기쁜 일이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는 동료에게도 너그
럽고 상냥하게 굴다가도 이와 반대로 괴로움이나 슬픈 일이 있으면
사소한 이해(利害)에도 예민하게 맞서고 또 무심한 농담에도 역정을
내는 수가 있다.
한편 이러한 역정(逆情)의 내인(內因)에는 질병이라든가, 비애라든
가 고민 등 그런 큰 지장인(支障因)뿐 아니라, 간밤에 과음을 했다
든가, 수면부족이었다든가 하는 사소한 육체적 컨디션도 영향하며
나아가서는 공연히 안절부절못한다는가, 짜증이 난다든지 하는 잠재
의식에서 연유하는 것도 있어 일률적으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여하간 그때그때의 자기 역감정의 원인을 잘 파악하고 감
시해서 이것을 지성과 의지 즉, 어떻게 컨트롤해 가느냐 하는 것이
삶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우리는 세상을 잘살려고 처세술을 익
히기보다 먼저 자기 역감정의 조련사가 되는 것이 오히려 다행한 삶
의 첩경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나머지 하나가 욕심 제어 능력이다.
우리 인간은 본능생활에 멈춰 있는 짐승들과는 달리 한도가 없고
만족이라는 것이 없는 그 욕심 때문에 번뇌와 괴로움을 면할 수가
없다.
가령 짐승도 먹이를 탐하고 구하지만 먹이가 있을 때는 양껏 먹고
내일의 굶주림에는 아랑곳없이 살 수가 있지만 인간은 먹으면 먹는
대로 내일을 걱정하고, 있으면 있는 대로 더 많은 것을 탐한다.
그래서 인간은 그 채워지지 못하는 욕심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욕심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삶의 향상과 발전이 있고
그 보람과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세상에는 이러한 양면을 지닌 인간의 욕심을 아주 배격하려는 생
각과 또 인간의 욕심을 한껏 꽃피워 보려는 생각들이 병존하며 서로
엇갈리고 있는데, 나는 문제를 그렇게 양립시키기보다는 그 욕심에
살면서도 그 욕심을 어떻게 살려 쓰느냐에 해답을 구해야 할 줄로
생각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인간의 욕심을 잘 쓸 수가 있는가?
나의 독창적 견해를 피력하기보다 장 자크 루소의 《에밀》에 있는
명쾌한 해답을 빌리면 "참된 행복에 이르는 길은 자기 능력을 초과
하는 욕심을 줄이고 욕심과 능력의 완전한 평형을 이루는 데 있다."
고한다.
하기야 이것은 그리 신기한 얘기가 아니어서 자기 능력에 넘치고
미치지 못하는 허욕과 과욕을 버리고 자기 능력에 알맞는 처지에
만족한다는 동양의 지혜인 지족안분(知足安分)이나 같은 이야기이다.
오직 내가 여기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능력과 욕심의 평형을 이룬
다는 것을 욕심의 일방적 억제로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즉, 인간의
능력이란 고정되고 정지된 힘이 아니라 언제나 미래를 지니고 있어
쓰면 쓸수록 무한히 성장하고 확대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과 비례
해서 인간의 욕심도 얼마든지 커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주기를
바란다.
- 구상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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