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교회의 사명 수행에 있어 시노드 정신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의안집 이해하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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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제2회기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을 7월 9일 공개했다. 2021년 10월 개막, 2024년 2차 회기로 마무리되는 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장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하느님 백성의 여정이다. 의안집을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성공적인 시노드를 위한 첫걸음이다. 제2회기 의안집의 의미와 내용을 5회에 걸쳐 알아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일 교황청 시노드홀에서 열린 세계 본당 사제 시노드 모임 중 사제들과 대화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시노달리타스를 바라보는 전망: 하느님이 이루실 온 인류의 충만한 구원을 향한 여정에서
“보라, 이분은 우리의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이분께 희망을 걸었고 이분께서는 우리를 구원해 주셨다. 이분이야말로 우리가 희망을 걸었던 주님이시다. 이분의 구원으로 우리 기뻐하고 즐거워하자.”(이사 25,9)
흥미롭게도 제2회기 의안집은 이 성경구절로 끝나고, 이사야서 25장 6~8절을 직접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 구절의 말씀은 만군의 주님께서 이루실 모든 민족의 구원을 다룬다. 마지막날에 주님께서는 잔치를 베푸시고 모든 겨레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에게 덮인 덮개를 없애실 것이며, 죽음을 영원히 없애시고 모든 사람의 눈물을 닦아 내시며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주실 것이다.
이처럼 하느님이 이루실 구원의 종말론적 완성에 대한 희망을 문헌 앞뒤에 배치한 것은, 의안집이 시노달리타스를 어떤 전망 안에서 보고 있는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의안집은 하느님 백성인 우리가 하나 되어 하느님의 이 구원에 대해 찬미를 드리고, 또한 구원의 기쁜 소식을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여정은 시노달리타스 여정이다.(의안집 마지막 문장 참조).
따라서 의안집은 단순히 ‘지금 여기서 우리가 제기하는, 혹은 관심을 두는 이러저러한 주제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춰 시노달리타스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하느님 백성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이 모든 사람과 민족 안에 실현되는데 봉사하도록 부름받았음을 확인하면서, 이 백성 자신이 ‘어떻게’ 이 충만한 구원을 향하여 걸어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복음선포의 사명을 수행할 것인가를 질문하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떻게’에 대한 답이 바로 시노달리타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 구원의 종말론적 완성이라는 이 관점은 제2회기 의안집의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우산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전망은 시노달리타스를 세상 안에서 ‘하느님과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요 도구’로 부름받은 교회의 사명과 연결시키는 의안집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이
모든 민족에게 실현될 수 있도록
부름받은 하느님 백성들에게
어떻게 사명 수행할지 질문
지금까지의 순환적 방식을 따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교회 여정의 ‘일부’인 제2회기
의안집은 시노달리타스를 하느님이 이루실 구원의 완성을 향한 교회 여정의 ‘스타일’로 본다. 그러므로 이 문헌은 지금까지의 시노드 과정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시노드 제2회기도 ‘결론’이라기 보다는 ‘끝나지 않는’ 이 교회 여정의 일부라고 이해한다.
이 작업문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이 문헌 자체가 전 세계 하느님 백성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에 근거한다는 점이다. 2021년부터 단체, 본당, 교구, 나라별 주교회의, 대륙별 주교회의, 전체 총회 1회기 등을 거치면서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들었는데, 이 과정들은 직선이 아닌 순환적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즉 ‘아래로부터’ 울린 하느님 백성의 소리가 경청되었고, 주교시노드 사무국은 ‘들은 것’을 각 지역교회에 다시 들려준 후 지역교회의 성찰과 생각을 다시 듣는 과정을 거쳤다. 전 세계 지역교회의 의견에 기반한 ‘대륙별단계 작업문서’나 ‘제1회기 종합 보고서’가 이런 방식으로 작성되었다.
이것은 시노달리타스가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들음에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아래로부터’의 방향성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다고 단순히 시노드의 결정을 따르기만 하면 되는 ‘위로부터의' 방향성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시노달리타스 방식의 특징은 하느님 백성 구성원들 사이에, 그리고 그룹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순환성’이다. 이 순환적 과정 덕분에 제2회기 의안집은 하느님 백성의 다양한 삶의 자리와 각 지역교회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하여 깊은 인식과 존중을 표명할 수 있었다. 지역교회의 중요성은 의안집 3부에서 시노달리타스가 ‘구체적 형태’로 실현되어야 할 장을 다룰 때 특히 강조된다.
교회 구성원 관계 문제 다루고
관계 구체화 과정 살피면서
뿌리내리는 맥락들 알아볼 것
교회에 필요한 변화 제안 예상
작업문서의 구성: 관계, 과정, 장
제2회기 의안집은 지금까지 ‘친교, 사명, 참여’라는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발행됐던 시노드 공식 문서들과 비교할 때, 그 구성에 있어 뚜렷한 변화가 있다. 서론과 결론 외에 본문은 크게 3부로 구성된다.
서론에서 지금까지의 여정 동안 발전한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이해를 요약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것은 시노달리타스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나라 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1회기 종합의견서’에서 말한 것처럼, 하느님 백성은 “시노달리타스를 실천하면서 그것을 더 잘 이해했고 그 가치를 알게” 됐던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의안집은 “교회의 사명을 수행하는데 있어 어떻게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라는 제2회기 질문에 답하는데 필요한 5가지 기초를 설명한다. 1) 일치의 성사인 하느님 백성, 2) 시노달리타스 의미에 대해 공유된 이해들, 3) 다름 가운데 조화인 일치, 4)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요 자매, 곧 상호성의 쇄신, 5) 회심과 개혁으로 부름받음이 그것이다. 이 기초들 위에서 3부로 나누어진 본론에서는 각각 3가지 주제를 다룬다. 1) 관계들, 2) 관계들의 역동성을 지지하고 고무할 과정들, 3) 관계들이 구체화될 장들 등이다.
이전 문서들에서 제시된 ‘친교, 참여, 사명’이라는 개념들이 신학적이고 추상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면, 제2회기 의안집의 핵심 주제인 ‘관계, 과정, 장’이라는 단어들은 시노달리타스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2회기의 의도에 맞게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관계들’을 다루는 1부는 주님과 형제자매들, 그리고 교회들 사이에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를 다룬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구원 자체가 고립된 개인으로서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출발해, 의안집은 구원받은 이들의 공동체, 주님의 제자들의 공동체인 교회 구성원들이 어떤 관계 속에 있어야 하는가를 다룬다. 특히 은사와 직무의 관계, 직무자들의 역할, 교회들 가운데에서 그리고 세상 안에서 어떻게 친교를 이룰 것인가가 구체적으로 다루어진다.
2부에서는 이러한 관계들이 구체적으로 또 역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위한 과정들을 다루는데, 특히 양성,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식별, 결정 과정의 구체화가 소주제로 다루어진다. 특히 이 과정의 특성을 투명성, 책임성(accountability), 평가로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3부는 관계들이 그 다양성, 복수성, 상호 연관성과 함께 구체화되고 신앙고백에 뿌리내리는 맥락들을 살펴보는데, 여기에서 지역교회들, 교회의 일치, 그리고 교황의 역할 등이 다루어진다.
제2회기 의안집은 시노드 정신을 실현하는 교회가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교회법적 변화가 요청된 것들은 무엇인지도 논의 주제로 제안한다.
글 _ 최현순 데레사 교수(서강대학교 전인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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