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 지금여기', 그래도 응원해야 하는 이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창간 15주년을 맞아 응원하는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 글과 인터뷰,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금여기>가 첫 마음 잃지 않고, 한국 가톨릭교회의 공론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갑작스럽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창립 15주년 응원 릴레이’ 글을 써 주었으면, 하는 부탁이었습니다. 2007년 9월 3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 형식으로 시작해 2008년 11월 30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로 홈페이지를 오픈해 2016년 2월에 퇴사할 때까지 상당한 세월을 제 몸처럼 소중히 다루었던 공간이 이곳입니다.
그때까지 우여곡절이야 글로 다 담을 수 없을 것입니다. 재정과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장 손이 안 드는 방법으로 언론 활동을 시작하자고 다음 카페를 열었고, 여기서 모은 후원자들과 필진들의 도움을 받아 정식 언론사 등록도 했던 것이지요.
특히 이참에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들은 박상경 선배 등 자원봉사 기자들이었습니다. 제 돈 써 가며 취재하고 기사를 써 주셨기 때문입니다. 김용길 선배는 언제든 현장에 달려와 사진기자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습니다.
이런 일을 지금 와서 다시 해 보자면 기꺼이 나서 주실 분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이 모든 기적이 가능했던 것은 이 매체가 ‘대안 언론’이었고, 교회의 제도 언론이 해내지 못하는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뜻있는 분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저희 매체가 대신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목소리 없는 자의 목소리’였던 것입니다. 그때 작심한 것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가톨릭 매체지만, 교회와 직접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의 가난한 자들 가운데 더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는 무엇이든 담아내자고 말입니다.
기성 언론들조차 외면하고 있는 구석진 자리로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자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교회 개혁의 디딤돌이나 견인차가 되자는 것입니다. 2008년 홈페이지 개설 직전에 서울 정동 품사랑갤러리에서 열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창간 준비 독차 초청 간담회'에서 저는 “언론은 정의, 평화, 생명이라는 복음적 가치를 바탕으로 세상에 들이대던 잣대를 교회 안에도 공정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던 걸 기억합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를 당당하게 ‘대안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었던 것은 일차적으로 천주교 사회운동과 관련이 있습니다. 당시 천주교 진보 진영에는 <공동선>이라는 가톨릭 잡지가 있었지만 재정 문제로 ‘종교 잡지’로 방향 전환을 하였고, 세상과 교회의 현실을 분석 비판하고 소식을 알리는 언론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힘입어 설립된 것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교 신앙을 ‘예수 운동’으로 읽어 내는 것처럼, 매체 역시 예수의 실천적 운동성을 담아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즉, ‘예수 운동 안에서 연대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기사는 용산 참사와 4대강 반대 운동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용산 참사의 경우엔 문정현 신부님이 남일당에 합류하면서 매일 미사를 봉헌했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매일같이 미사를 밀착 취재하고, 그이들과 함께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용산 참사’를 읽으려면 ‘아직 이름도 생경한’ 저희 매체를 찾아야 했습니다.
이 당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의 강점은 이른바 교구 소유 언론사인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이 담아낼 수 없는 보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회 내부 의견이 갈려 있는 상태에서, 교계 언론은 대부분 보수 성향을 띠고 있었고, 특히 교회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함구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저희 매체가 한창 잘나가던 시절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저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 시절 인연을 마무리할 준비를 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매체가 비교적 안정화 되는 국면에 제가 매체를 떠나는 형편이 된 것도 같습니다. 우리신학연구소에서 <가톨릭평론>을 시작한 것도 비슷한 시기입니다.
그렇게 교회의 진보 진영 안에 언론과 잡지가 자리 잡게 된 것이지요. 언론은 세상과 교회 사안을 기동성 있게 보도하고, 잡지가 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싶었습니다. 저는 이와 별도로 도러시 데이와 피터 모린의 영감을 받아 창립된 <가톨릭일꾼> 운동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운동의 영적 토대를 탐구하고, 가톨릭 영성에 바탕을 둔 일꾼들을 교육, 양성하자는 뜻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그리고 2024년, 정보 유통과 언론 환경이 많이 변했습니다. 2013년에 개혁 교황이라고 불리는 프란치스코 교종이 등장하면서 사실상 교계 언론의 보도가 상당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엄밀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교계 언론과 대안 언론의 보도 내용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안 언론은 고유한 자기만의 취재 영역이 있어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독자들에게 이 언론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꼭 집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누리소통망서비스(SNS)에 “제도권 교회에 관한 비판 여론이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비제도권 사회운동 영역이 축소되고, 사회운동 자체도 제도권으로 흡수된 양상을 보이는 형국에서, 대안 언론조차 어쩌다 보니 제도권에 너무 밀착되어 버린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안 언론이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은 정보 유통의 구조 변화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언론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요즘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얼마든지 정보와 식견들을 나눌 수 있습니다.
이른바 개인 미디어의 출현에 대해서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를테면 최근에 선풍적 인기를 몰고 온 "감으로 읽고 각으로 쓴다", "미오기傳"이라는 책을 쓴 ‘자타공인 활자 중독자’인 김미옥 선생은 그동안 SNS에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책을 소개하는 글을 써 온 분입니다. 페이스북 하나로 승부를 본 김미옥 선생처럼,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대중적인 전달 방식입니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누구나 찾아보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돈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콘텐츠와 방법을 고안해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변화에는 일정한 수준의 돈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고,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일을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기자 한두 명 인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지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서 응원 릴레이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들은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일을 하고 싶다고, 돈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러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여전히 애정을 지니고 응원하고 싶은 분들은 후원으로 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 한상봉 <가톨릭일꾼> 편집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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