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곱씹어 깨치기

세계 곳곳의 소녀상, "위로와 평화의 상징 지켜 달라"

세계 곳곳의 소녀상, "위로와 평화의 상징 지켜 달라"

 

12번째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 봉헌

지난 14일 제12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가 봉헌됐다.

기림일인 8월 14일은 1991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피해 사실을 증언한 날을 기억하는 의미를 갖는다. 201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이 날짜를 기림일로 정했으며, 2017년 12월 국가 기념일이 됐다.

올해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봉헌한 기림일 미사는 주관을 맡은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를 비롯해 각 교구와 수도회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참여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운성 작가(김서경 작가와 공동 작업)도 참석해 소녀상에 담긴 의미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건립된 소녀상 철거 압력 상황에 대해 말했다.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성당에서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미사를 봉헌했다. ⓒ정현진 기자

원동일 신부는 강론에서 최근 독립기념관장 인사, 역사 논쟁 등의 상황을 언급했다. 그는 이른바 뉴라이트가 말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은 결과적으로 시장 만능주의를 옹호하고 천민 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시도이며, 진실을 외면하려는 태도라고 말했다.

원 신부는 왜곡된 역사관은 이기주의와 기회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타인을 이득 취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면서, '위안부'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상황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것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신앙인들이 예언자적 소명을 가지고 일어서야 한다며, “전쟁과 같은 이 상황에서 저들의 회개, 성찰을 위해 우리가 기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사 중에는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코리아협의회 한정원 대표가 영상으로 인사를 전했다.

그는 베를린의 소녀상 철거를 위해 일본 정부가 베를린 시장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고, “많은 시민이 반대하고 있지만 문제는 독일 정부가 일본 정부에 협력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거대한 골리앗과 같은 일본 정부에 한국 시민들이 다윗의 돌맹이가 되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입구에 세운 '평화의 소녀상'은 57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특별히 의뢰한 것으로 다른 소녀상과 달리 서 있는 모습이다. ⓒ정현진 기자

다음 발언에서 평화의 소녀상 공동작가 김운성 씨는 소녀상이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과정, 담고 있는 상징들을 설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녀상이 슬픔과 어려움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가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녀상이 전쟁과 범죄의 상처, 슬픔과 고통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이름처럼 ‘평화’를 상징하고 전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일본 나고야 전시회 초청 당시 나고야 시장이 ‘반일’의 상징으로 규정하면서 극우 세력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소송 당하며 심지어 언론과의 분쟁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소녀상은 단지 일본군 위안부만의 상징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범죄와 전쟁 희생자들의 이야기로 변주되고 위로와 기억의 도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위안부 문제를 논란 삼는 것은 양심을 부정하고 기억을 지우는 일,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납치, 유인, 폭력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사실이며, 기억해야만 빼앗기더라도 되찾을 수 있는 것. 개인의 양심 문제가 아니라 우리 역사의 정의 문제이고, 역사의 양심의 소리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매국이고 반역”이라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