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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 왜 절해유?

< 수덕사의 여승, 스님 일엽 >

< 수덕사의 여승, 스님 일엽 >

일당 김태신 스님께서는 2014년 12월 25일

새벽 1시에 향년 93세로 원적에 드셨다.

​일당 스님은 1922년 9월 일본의 도쿄에서

<오다 세이죠>라는 세계적인 은행가 아들과

당시 유학중이던 한국의 신여성

김일엽 사이에 태어나

한일근대사의 굴곡과 오욕의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기구한 운명의 소유자로 꼽힌다.

오다 세이조<일당스님의 부친>는

아버지를 은행 총재로 둔

일본최고 명문가의 아들이며

당시 규슈제국대 학생이었다.

남자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아픔을 겪는데,

이때 둘 사이에

아들<일당>이 하나 태어난다.

이 아들은

아버지 친구의 양자로 입적되어

자라나게 되며

이 사람이 한국과 일본에서 인정받는

유명한 동양화가 일당<일엽스님의 아들>

스님이며 이름이 “김태신”이다.

일당스님은 지금도

김천의 직지사에서 활동 중이며

해방직후 김일성의 초상화를 그렸는데

김일성 종합대학에 지금도 걸려있다 한다.

당시 그 일로해서 조총련계로 오해받아

작품 활동에 고초를 겪기도 했다.

오다 세이조와의 사랑도

아픔으로 겪은 그녀는

곧, 일본에서 돌아와

수덕사의 여승이 된다.

자신이 추구하는 사랑이

세파에 으스러지는

아픔을 이겨내고,

일엽스님 일당의 그림(石彩畵)

또 다른 참 인생의

행로를 불자의 길로 선택한 것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어 어린 아들이

수덕사를 찾아 왔는데 불자가 되었으니,

“속세에 맺어진 너와나의

모자인연은 속세에서 끝났으므로

더 이상 나를 어머니라 부르지 말라”

하며 모질게도

모자의 정을 끊고자 이역만리

찾아온 어린자식을 절 밖에 재웠다 한다.

이때 김일엽의

절친한 친구인 나혜석이

수덕사 밖에 있는

수덕여관에서 같이 지내며

어머니 처럼 자신의 젖가슴도

만져보게 하고

그림도 가르쳤다고 한다.

그때 흘리지 못한 눈물이

가슴에 쌓여 해탈로 녹아내렸을까 ?

비구니로써 그의 인생이

한국 불교계에 큰 족적을

남길 만큼 성공적인 것은

우연이 절대 아니다.

가수이자 음성 포교사인

“수덕사의 여승”의

주인공 송춘희씨를 기념하기위하여

절 앞에 있는

주차장에 노래 기념비를 세웠으나

2-3일후 수덕사의 스님들이

이 기념비를 무너뜨렸다고 한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화가이며 문장가인

나혜석이 그 한명이고,

나머지 한명은

시인으로 유명한 김일엽이다.

이 신여성 세 사람은

조선사회 남존여비의 실체가

그대로 존재했던 시기에

시대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불꽃처럼 살며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 여인들이다.

그 연유는

아마도 노래의 가사 내용이

스님들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 해도 중생을 구제하고

아픔을 함께 해야하는 스님들께서

속세의 작은 정표하나

가슴으로 안아주지 못하는 처사가

못내 아쉽기만 한 것은

내가 불자가 아니어서 그런걸까 ?

일엽 스님께서

살아계셨다면 기념비는

어찌 되었을지 자못 궁금하기만 하다.

무심히 부르고

흘러버릴 대중가요일 뿐인

“수덕사의 여승”에

이렇게 딴지를 걸어 보는건,

이 노래가 만들어진 시기가

60년대이니

이때엔 일엽스님께서

수덕사에 살아 계실 때다.

단정할 수는 없으나

노랫말을 쓴이가

일엽스님의 인생을 안다면

아마도 그런 가사가

나왔음 직 하지 않은가.

 

이 글에 인용된 사실적 기록들은

일엽 스님의 아들 일당스님

(김태신)이 최근 발표한 자전소설

어머니 당신이 그립습니다

에서 발췌했음을 밝혀 둔다.

옮긴 글

수덕사의 여승 송춘희

인적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온 님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 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밤길 백 리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염불하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맺은 사랑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 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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