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에페2.19-22.루카6.12-19)
<삶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은혜로운 만남!>
제 지난 세월을 돌아볼 때마다 정말이지 놀라운 주님의 은총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때 저는 그야말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존재였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언제나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토록 부족한 저를 부르신 주님께서는 이런저런 단련과 정화의 과정을 겪게 하신 후, 남 앞에 서게도 하시고, 크게 영양가는 없지만, 당신 말씀의 선포자로 거듭나게 해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인류 구원 사업의 최측근 협조자로 부르신 12사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명 한명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존재감이 없던 사람들, 가방끈도 길지 않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특별히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시몬과 유다(타대오) 사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두분은 사도단 안에서도 10번째, 11번째로 소개되고 있는 분들입니다.
시몬 사도에 대해서 우리가 알수 있는 것은, 그가 갈릴래아 카나 출신이며 전직 열혈당원이었다는 것뿐입니다. 그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유추할 뿐입니다.
“유다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서 폭력과 살상도 마다하지 않던 독립군 유다가 예수님을 만나 주님의 군사로 변화되었다.”
유다 사도의 이름은 신약성서 전체를 통틀어 딱 세 차례에 걸쳐 아주 간략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두 번에 걸쳐 등장하는 사도들의 명단에는 유다라는 이름이 빠져있습니다. 대신 타대오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마르코 복음에서는 유다 사도를 예수님의 형제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유다 사도는 메소포타미아 지방 선교사로 활동했으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수호자’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통 성경 학자들은 그를 이렇게 소개합니다. “이 모호한 인물에 대해서는 신뢰할만한 정보가 없다.”
두 사도들에 대한 관련 자료나 문헌이 적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베드로 사도나 요한 사도처럼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도단 내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해서 그 영향력이 미미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대쪽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과묵하면서도 충직했습니다. 고민하고 따지기보다는 묵묵히 실천했습니다. ‘스승님의 모든 말씀은 내게 있어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 목숨걸고 준수해야 할 명령입니다!’라고 여기며 목숨걸고 예수님의 말씀에 순명했습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직무에 충실했습니다. 사도로서 자신의 신원에 걸맞게 살려고 애를 쓰다보니 따로 말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당시 추수할 일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 앞에서 말하기 보다는, 하루 온종일 죽기살기로 헌신하고 뛰어다닐 일꾼이 필요했었는데, 그들이 바로 시몬과 유다 사도였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무장 투쟁까지 불사하던 시몬 사도가 사랑과 자비의 열혈당원으로 탈바꿈한 모습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매국노를 향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던 그가 이제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 선포자로서의 열정으로 끓어오르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지니고 있던 강렬한 애국심과 저항정신은 이제 스승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뜨거운 사랑으로 변환되었습니다.
결국 유다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던 그는 이제 방향을 바꾸어 스승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과 한 인간의 만남은 그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혼동으로 우리를 몰아넣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내면 안에 무엇이 더 중요한지? 어떤 것이 더 큰 것인지? 삶의 질서를 잡게 도와주십니다.
마침내 이승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삶의 전환을 가능하게 만드십니다. 예수님과 한 인간의 참 만남은 이렇게 큰 은총과 선물로 다가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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