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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나해 모든 성인 대축일

(묵시7.2-4.9-14.1요한3.1-3.마태5.1-12ㄴ)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행복이란 단어는 모든 이가 바라는 것을 담고 있는 말입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 이 말이 의미하는 것은 하느님이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의 감탄이고, 사람이 세상에서 자신의 거들짝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며, 창조된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것을 만나고 그들의 이름을 지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말입니다. 예수님이 세상에 오셔서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에게 주고 싶어하셨던 가치도 이 ‘행복’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향하여 오는 것을 보시고 주님은 이야기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예수님은 당신을 만나러 오는 이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고 계십니다. 하느님을 찾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힘겨운 삶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왠일인지 그들은 현실에서 그리 순탄한 모습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마음이 가난하고, 슬퍼하고, 온유한 사람들.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자비롭고, 마음이 깨끗하며,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행복선언 속에 들어있는 이들은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이들입니다. 욕심 없이 세상을 살아가며 하느님께 받은 가치를 지키고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며,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하는 우리에게도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곧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렇게 살아간다면 우리는 아무런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성인은 하늘나라에 사는 이들을 말합니다. 곧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고 하셨던 예수님의 말씀 속 주인공들입니다. 그들은 세상에서의 모습처럼 완전한 세상에서 그 가치가 말하는 참된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의 뜻대로 산다는 것. 하느님을 향해 사는 것은 세상에서 이미 천국의 삶을 사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 첫 사람으로부터 내려온 자신에 대한 연민과 욕심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선하고 정의로운 이들을 박해하고, 그로부터 얻어낸 것들을 지키고 불리려 애를 씁니다.

그런 이유로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이들이 박해받고 손해를 보며, 상처받고 희생당하는 상황이 여전히 이어집니다. 어떤 이들은 견디다 못해 자신의 걸음을 되돌려 그들과 같이 싸우고 더욱 독하게 나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죄책감을 잊기 위해 더욱 허기진 사람처럼 선한 이들을 미워하고 조롱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행복한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타까운 이들처럼 살게 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결국 하늘나라에서만 이루어지는 가치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압니다. 모든 성인은 성인품에 오른 누군가의 존경과 기억 속의 사람들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힘겨운 삶의 풍파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온 몸을 희생하며 가족들의 미소를 지키는 수많은 부모가 그러하고 모두를 위해 스스로 잘못의 위험과 유혹 앞에서도 당당히 고된 삶을 걷는 우리의 자녀들이 그렇습니다.

세상이 여전히 행복을 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기쁨의 참된 길을 놓지 않는 것은 그런 성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땅으로부터 하늘로 연결된 그 길을 이어가는 주님을 향한 그 숱한 성인들에게 내려진 축복은 지금도 계속됩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행복선언 속에 들어간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오늘은 성인들의 삶을 이 세상에 전하며 살아가는 성인의 형제 자매의 삶을 이어 살아야 하겠습니다.

- 별지기 신부의 복음 묵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