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옹달샘 기도 >
유기서원자 때의 일입니다.
많은 사람과 부딪치며 지친 마음으로
성체 앞에 나아갔습니다.
“주님, 무척 화가 나고 힘듭니다.
제 마음을 바다처럼 넓게 해 주시든지
화가 안 나게 해 주시든지요.
제 작은 마음으로는
너무나 힘듭니다”라며
툴툴거리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제 마음 안에서
“얘야, 바닷물은 마실 수 없지 않니?
옹달샘이 되어라.”
생각지도 못한 말씀이 떠올라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렇구나.
바다는 한없이 넓고
엄청난 물이 가득하지만
한 모금도 마실 수 없는 물이지.
그래! 넓은 바다만 좋아하지 말고
작은 옹달샘이 되어야지.”
순간 제 마음 안에
옹달샘이 떠올랐습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바위틈에서
퐁퐁 쉬지 않고 솟아 나오는
옹달샘을 발견합니다.
아침 일찍 토끼가 와서 먹고,
다람쥐도 쉬어 가고,
목마른 사람들이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하고,
지친 순례자에게 쉼과 생기를
북돋워 주는 작은 옹달샘,
작지만 결코 마르지 않는
옹달샘입니다.
“네, 주님! 비록 많은 것을
줄 수는 없지만
목마른 사람들에게
생명수가 되어 줄 수 있는
작은 옹달샘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적으로 지쳐 있고,
영원한 것을 그리워하며,
목마름을 채울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는지요.
자비의 샘이신 주님,
주님의 사랑이라는
대양 속에서 퍼 올려
마르지 않는
샘이 되도록 도와주세요.
내 속에는 이런 샘이 없지만
주님께서 제 존재의
근원이 되시기에
주님으로부터 퍼 올린
주님의 기쁨, 주님의 선하심,
주님의 평화, 주님의 용서를
선물할 수 있는
옹달샘이고 싶습니다.
오늘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넓고, 깊고,
아름다우신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자비의 바다입니다.
이 자비의 바다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믿기만 하면 됩니다.
믿음을 가지고
자비를 베풀어 주시도록
외치기만 하면 됩니다.
주님께서 제 생명의 주인이시고,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으심을 믿습니다.
그래서 순교자들이 하신 것처럼
저도 기도하고자 합니다.
“주님, 주님만이
저의 전부이십니다.
주님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라고.
주님께서 저희 기도를 들으시고
성령을 보내 주실 것이며,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서
사시는 것”(갈라 2,20)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아멘.
- 김경희 루치아 수녀 <한국 순교 복자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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