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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축복>
"당신이 축복이라구요?"
"예, 맞아요. 제가 바로 축복입니다."
'축복祝福'이란 단어를 문자로 풀면 '누군가에게 福을 빌어준다'는 뜻이지만, 여기서 저는 '누군가 복을 빌어주어서 지금 여기 있는 무엇'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제가 바로 축복이라고 말하는 거예요. …제 나이 올해 예순다섯이니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돌아보면 참 어둡고 힘든 세월을 살아왔다는 느낌입니다.
일제 말년에 태어나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도 봤고, 어린 시절은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영문 모를 두려움과 압박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이어서 오래 계속된 군사정부의 폭력과 거기에 저항하는 민중의 아픈 함성에 묻혀 젊은 시절을 갈팡질팡 보내야 했지요.
무엇 하나 내가 이것을 이루었노라 자부할 만한 업적도 남긴 바 없고, 그 흔한 베스트셀러 한 권 내보지 못한 채 쓸쓸한 귀로를 수습해야 하는 초라한 인생이 무슨 배짱(?)으로 "내가 바로 축복이다!" 라는 말을 시방 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지금 저 자신을 '축복'이라고 말하는 같은 입으로, 조금도 망설임 없이, 이 글을 여기까지 읽으신 당신께서도 빈틈없이 아름답고 숭고한 축복임을 말씀드립니다.
…당신 하나 있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선조들이 목숨을 이어왔고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아낌없이 자기를 내어주고 있는지, 아주 잠깐만 생각해보세요.
아침마다 힘차게 솟아오르는 해가 있고, 그 사이로 부는 바람과, 피어나는 꽃들이 저렇게 있는데, 그것들이 모두 제 몸인데, 어떻게 제가 축복이 아닐 수 있겠어요? 그리고 당신인들 어떻게 축복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 이현주 <괜찮아, 살아 있으니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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