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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나이다 비나이다

<엄니의 잔소리가 그리운 날에...>

<엄니의 잔소리가 그리운 날에...>

저 멀고먼길을

돌아온 바람은

엄니가 정성스레

풀칠해 놓은

문풍지사이를

헤집고 들어옵니다.

그 문풍지사이의

바람을 막을려고

몇개의 수건으로

막아놓고 하였답니다.

흰눈이

소복히 내린 새벽,

아무도 밟지 않는 길.......

엄니는 논뚜렁 가운데에 있는

공동우물터에서

새벽일찍 제일 먼저

차가운 물을 떠오셔서

마당가에 있는 장독대위에

정화수를 올려놓고,

두손을 합장하시어

비나이다, 비나이다

신령님께 비나이다

주문을 외우시며

연신 절을 아주 정성스레

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사랑방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십니다.

행여나 자식들

추울세라 솔가지 타는

매캐한 연기를

눈물로 흘리시면서

따뜻한 사랑방 온돌을

데워주십니다.

학교가라며 깨우시면서

그 따뜻한 세숫물을

방문앞까지

갔다주시며

직접 얼굴까지

씻어주시는 엄니

학교늦을세라

싸립문 나서는 시간까지

엄니는 행여나 자식들

걱정을 놓치 못하십니다.

학교마치고 집에오면

엄니는

마실에 놀러가시고

없으시지만,

아랫묵 고운이불속에는

따뜻한 밥한공기가

놓여있었습니다.

그 한공기의 밥은

한 겨울의 추위도

녹일 엄니의 마음이지요.

이렇게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날엔

엄니의 정성이

그리워집니다.

행여나 자식들

잘못될까봐

작은 언행에도

엄격하신 엄니...

잘못한일엔 늘 싸리나무

회초리가 있었답니다.

어느날엔

그 회초리를

하늘높이 들고선

차마 내리치지 못하시고

털썩 주저앉아

통곡하시던 엄니모습이

아련합니다.

오늘은

그 엄니의 잔소리가

그립습니다.

꾸짖고 야단치시고,

화를 내시던

그 엄니의 잔소리가

그리운건

벌써 팔순을 바라보는

늙으신 엄니의

그늘에 제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새해첫 일요일날

벼 수매할 준비하려

시골에 갔었습니다.

그 추운날씨에도

이 못난 자식온다고

배추찌짐을

손수해 주시는 엄니...

이 추운날씨에

최전방초소를 지키는

손주녀석생각하면

따스한 방에 자기가

미안하다시는 엄니,

그런 엄니를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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