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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연중 제7주간 토요일

연중 제7주간 토요일

(히브11.1-2.8-19.마르4.35-41)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순발력, 임기응변이 좋은 분들이 있습니다.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빠른 분들입니다. 흔히 그런 분들을 ‘내공’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대사 중에 깊이 각인 되었던 대사가 있습니다. “잘 났어! 정말, 너나 잘하세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육이오 때 난리는 난리도 아니다. 추우냐, 나도 춥다.” 이런 대사를 들으면 의미가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강론할 때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날 전례와 맞지 않는 복음으로 준비한 때도 있습니다. 화창한 날을 예상하고 강론을 준비했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 때도 있습니다. 강론 중에 아이가 울거나, 스마트 폰이 울리는 때도 있습니다. 내공이 깊은 신부님은 이런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별 무리 없이, 어떨 때는 더 깊은 감동을 주면서 선포합니다. 오랜 경험을 지닌 요리사는 신선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만, 철 지난 재료로도 깊은 풍미를 주는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순발력과 임기응변의 원조는 예수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죄를 지은 여인을 예수님께 데리고 왔을 때입니다. 유대의 율법에 따르면 그런 여인은 돌로 쳐서 죽여도 됩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이 여인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돌로 쳐서 죽이라고 하면 예수님은 새로운 메시아가 아니라 구약의 율법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할 것입니다. 다른 이야기를 하면 예수님은 유대인의 율법을 따르지 않는 이방인과 같다고 할 것입니다.

이런 진퇴양난의 순간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 중에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십시오.” 그러자 사람들은 모두 손에 든 돌을 놓고 돌아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도 아픈 사람, 마귀 들린 사람을 고쳐 주셨습니다. 제자들도 안식일에 밀 이삭을 먹었습니다. 배가 고팠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예수님께 물었습니다. ‘당신과 제자들은 왜 안식일의 규정을 지키지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서 있는 것입니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입니다.” 그 밖에도 예수님의 순발력이 돋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합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치면 됩니다.’

우리가 측은지심의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언제나 기도할 수 있다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순발력과 임기응변의 지혜를 주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어린아이를 사랑으로 대하는 사람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비행기와 우주선으로는 태양계를 벗어나기도 힘이 들 것입니다. 우리의 능력과 업적으로는 피라미드 이상 높은 건축물도 세우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꿈과 희망이 있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유년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이 세상에 올 수 있도록 어머니가 10개월 동안 나를 품고 있었음을 감사하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내가 일어날 수 있도록, 걸을 수 있도록 나를 먹여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이 있었음을 감사하는 사람들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내가 무상으로 모든 것을 받았으니, 나도 무상으로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창조하시고, 사람들의 영혼에 하느님의 숨결을 넣어 주셨습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숨결을 느끼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살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지금 이곳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많은 능력을 주셨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만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이 있으며,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감성이 있습니다. 우주와 세상의 시작을 사유할 수 있는 오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능력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이 세상이 하느님 나라입니다. 쓰레기를 담으면 쓰레기통이 됩니다. 보석을 담으면 보석상자가 됩니다. ‘우리들 마음에 시기, 질투, 탐욕, 분노, 미움, 원한’의 쓰레기를 담으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하느님 나라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 마음에 ‘용서, 희생, 나눔, 배려, 인내, 사랑’의 보석을 담으면 지금 내가 사는 이곳이 하느님 나라가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 조세형 가브리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