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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福音 묵상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창세17.3-9.요한8.51-59)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날을 보리라고 즐거워하였다.>

콜롬비아에서 선교 사목하는 신부님이 ‘사순 특강’을 해 주었습니다. 신부님은 과테말라에서 선교사 제로 10년 가까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까이 있다.’였습니다.

분명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테말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보다 풍요롭게 살고 있습니다. 의, 식, 주가 걱정 없고,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고 있습니다.

반면에 과테말라에서 살고 있는 분들은 의, 식, 주에 대한 걱정이 많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여건이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사진 속에 보이는 과테말라 교우들의 얼굴은 밝았습니다. 그분들의 신앙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습니다.

무거운 십자가를 여러 사람이 어깨에 메고 몇 시간씩 걸어서 행진하였습니다. 우리는 바빠서 하지 않는 일들을 그 사람들은 신앙에 대한 열정으로 기쁘게 하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사진은 ‘빨래터’에 대한 축성이었습니다.

마을 사람은 집에 세탁기가 없고, 물이 귀해서 모두 빨래터로 와서 세탁한다고 합니다. 1년에 한 번 이렇게 귀한 물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신부님께 ‘축복’을 청한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선교사로 있으면서 본당 교우들과 많은 일을 하였다고 합니다. 지붕이 새는 집을 찾아가서 양철 지붕을 새롭게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식료품을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주교님을 모시고 본당 설립 350주년 미사를 성대하게 하였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배울 수 없기에 본당에 도서관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본당에 와서 공부하고,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도서관을 만들고 나니, 독지가들이 책을 기증했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아이들을 위해서 장학금을 주었다고 합니다. 장학금의 지급 기준은 세 가지였다고 합니다.

첫째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성당에서 주는 장학금이니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학생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둘째는 받은 만큼 나누는 것입니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성당 도서관에 와서 봉사하게 했다고 합니다. 책을 정리하고, 어린 학생들의 숙제를 도와주게 했다고 합니다.

셋째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고 합니다. 어렵게 마련한 장학금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에게 주는 것이 맞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신부님은 10년 가까이 교우들과 기쁘게 지냈고, 바로 그곳이 하느님의 나라였다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은퇴하면 다시 과테말라로 돌아가서 지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26년 전에 처음 본당 신부로 사목하던 성당이 생각났습니다. 34년 사제 생활 중에 가장 즐거웠고, 행복했던 3년이었습니다. 주일미사에 나오는 신자는 100명이 채 안 되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교우들과 더욱 친밀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에는 약수터로 가서 물을 떠왔습니다. 큰 물통 4개의 물을 가득 가져오면 주일에 교우들이 마실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성당과 농산물을 직거래하였습니다. 배추, 꿀, 쌀을 팔았습니다. 교우들은 수익의 일부를 성당에 봉헌했습니다.

주일학교 아이들을 위해서 태권도를 가르쳤습니다. 처음에는 7명이었는데 3년이 지날 무렵에는 100여 명이 넘었습니다. 먼 곳에서 오는 교우들을 위해서 차량 봉사단을 운영했습니다. 4대의 승합차로 교우들을 모셔 왔습니다.

설날과 추석에는 수녀님과 제가 운전해서 교우들을 모셔 왔습니다. 서울에 있는 본당의 학생들에게 본당을 개방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연 속에서 지냈고, 농촌 봉사활동도 하였습니다. 그랬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나는 곳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땅과 후손’을 약속하십니다. 그 땅과 후손은 직선적인 시간에서의 땅과 후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땅과 후손입니다. 하느님의 의로움과 하느님의 거룩함이 드러나는 땅입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키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후손입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입니다.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나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계절이 매년 바뀌면서 우리에게 오듯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우리가 머무는 곳은 하느님의 나라가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하십니다. 그것도 직선으로 이어지는 영원한 생명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생명은 모두 죽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야기하시는 영원한 생명은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주어집니다.

하느님 집 앞에서는 하루가 천년 같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은 순간도 영원과 같습니다. 바로 그런 삶을 꿈꾸면서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 하신 말씀은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의 물리법칙에 따라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관점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긴 겨울을 참아내며 꽃을 피워내는 나무처럼, 신앙인들은 십자가를 통해서 구원의 꽃을 피워야 하겠습니다.

-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강론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