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창세17.3-9.요한8.51-59)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한 본당에 손님 사제로 미사를 드리러 갔을 때였습니다. 수녀님께서 제의방으로 조용히 들어오시더니, 한 가지 당부 말씀을 제게 해주셨습니다. 사연인즉슨 이랬습니다.
제대 위에 연미사 지향이 몇 개 올라가 있는데, 한분 이름이 좀 웃긴다고, 다른 신부님들도 이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해 난감해하셨다고. 미리 마음 준비하시라고 말씀드린다고, 그러셨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가신 분 이름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물론 미사 때는 있는 힘을 다해 꾹 참았습니다.
과거에는 한번 정한 이름을 바꾸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좀 웃기거나 어색한 이름, 놀림감이 되는 이름이라 할지라도 꾹 참고 계속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약간의 절차를 통해 이름을 쉽게 쉽게 바꿉니다.
이름을 바꾸는 전통은 교회 역사 안에 종종 있어 왔습니다. 아브람이 아브라함으로, 아브람의 부인 사라이는 사라로, 야곱이 이스라엘로, 그리고 시몬이 베드로로 바뀝니다. 회심을 기점으로 사울은 바오로로 개명했습니다.
주님께서 이름을 바꾸어 부르시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들을 새롭게 창조하시어 당신의 일꾼으로 유용하게 쓰시겠다는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런 주님의 강한 의지 표현에 부응하여 이름을 바꾼 그들은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인생의 전반전을 마무리 짓습니다.
고대인들에게 이름은 한 인간 존재를 가리킬 뿐만 아니라 그의 운명을 결정짓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름이 바뀐다는 것은 운명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님께서 새로운 이름을 주셨다는 것은 이제 그를 당신 구원 계획안에 큰 역할을 부여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입니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과거의 삶과 결별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다는 굳은 결심이요, 종래와는 철저하게도 차별화된 생활을 시작하겠다는 강력한 표시입니다.
오늘 하느님께서 믿음의 조상으로 친히 선택하시고, 큰 민족의 아버지로 세우겠다는 약속의 징표로 아브람의 이름을 아브라함으로 바꿔주십니다. “너는 더 이상 아브람이라 불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내가 너를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창세 17,5)
우리 역시 세례를 통해 새로운 이름을 얻었습니다. 우리들의 새로운 이름은 과거의 낡은 삶과 결별하고 주님 안에 새 삶을 시작하겠다는 표현입니다. 우리들의 세례명은 주님의 제자요 자녀로서 그분을 믿고, 그분의 말씀에 적극적으로 순명하겠다는 표현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세상의 이름 하나만 갖고 살아가지만, 은혜롭게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또 다른 하나의 이름이 주어진다는 것,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세례명에는 이름에 따른 중요한 의미와 가치, 그리고 각 성인의 영성과 생애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오늘 하루 우리에게 특별한 선물로 주어진 새로운 이름에 걸맞는 그런 하루를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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